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 중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인공 엘리자벳은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선망하는 오스트리아의 황후가 되지만 평생 자유에 목말라하는 운명에 빠진다. 그의 남편 프란트 요제프 황제는 그런 그녀의 사랑을 갈망하지만 끝내 둘 사이에 행복한 시간은 찾아오지 않는다. 심약한 그의 아들은 헝가리 독립에 관한 문제를 두고 정치적으로 아버지와 맞서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무대 위에서는 극중 인물의 감정이 충돌하는 장면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뚜렷한 갈등 구조가 뒤엉키면서 관객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긴장이 고조되는가 하면 어김없이 '죽음', 토드가 등장한다.

토드가 몰고다니는 죽음의 기운은 무대를 넘어 관객을 압도한다. 그와 함께 등장하는 사신들이 무대를 휩쓸면 죽음의 그림자가 작품 전체에 스민다. 황후의 아름다움으로도 이겨낼 수 없는 어둠과 극복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이 관객을 짓누른다.

그렇다고 뮤지컬 '엘리자벳'을 본 관객들마저 불행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사실에 판타지를 가미한 스토리 자체도 흥미롭지만, 황후와 '죽음'의 아슬아슬한 만남의 순간은 짜릿한 흥분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루케니가 관객과 소통하는 순간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 뮤지컬의 또 다른 강점은 무대다. 회전하는 원형 무대를 활용한 무대 전환은 작품에 화려함을 더해줄 뿐만 아니라 토드가 등장할 때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해 낸다. 무대 미술은 순간순간 무대 자체를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게 하며, 특수효과를 활용해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의 화려한 CG장면을 연상케 하는 장면은 관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정성껏 잘 만들어낸 이 뮤지컬은 다름아닌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29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올해 마지막 공연이 진행된다. VIP석 13만원, R석 11만원, S석 7만원, A석 5만원, B석 3만원. 만7세 이상. 출연 : 김선영, 옥주현, 류정한, 송창의, 김수용, 최민철, 윤영석, 민영기, 이정화, 이태원, 김승대, 전동석 외. 문의 및 예매 : 고양문화재단 1577-7766 인터파크 1544-1555

/민정주(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