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천황의 죽음엔 또 어땠는가. 성좌를 좋아하는 시인이라면 그 때의 일본 열도를 '하늘의 까마귀자리(座) 까마귀가 깡그리 내려앉은 꼴'이라고 읊었을 것이다. 온 나라가 상복, 상장(喪章), 휘장, 현수막 등 온통 검은 색으로 뒤덮였고 동정 자살자도 있었다. 천황을 따라 산 채로 함께 묻히는 순장(殉葬)이라도 바라다가 목숨을 끊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더욱 어처구니없는 건 그 천황이 병석에 있던 1988년 그 해 연말 선정된 10대 뉴스의 1위가 '천황폐하 붕어'도 아닌 '천황폐하의 걱정스런 병상(病狀)'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일본 국교는 천황교라는 게 100% 확실하지 않은가. 마치 북한 김일성교 같다. 김정은을 보면 그보다도 훨씬 어린 나이인 15세에 등극한 무쓰히토(睦仁) 메이지(明治)천황이 연상된다. 명치유신의 바로 그였고 무쓰히토는 이름이다.
천황이란 '하늘 임금'이란 뜻이다. 하늘나라 임금이라면 저승의 임금이란 말인가. 일본 국민은 또 황국(皇國)―천황의 나라 신하(臣民)고 그래서 장관도 '큰 신하'인 大臣이다. 총리는 총리대신이다. 그럼 기타 국민은 중간 신하(中臣), 작은 신하(小臣)란 말인가. 이 정도면 왜 일본 천황의 신하들이 MB의 천황 언급에 발작 증세를 일으켰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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