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동훈 /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경찰이 '조직폭력배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약 1년이 됐다. 경찰의 '조폭과의 전쟁' 선포는 지난해 10월 인천 모 대형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벌어진 조폭 간 난투극이 계기가 됐다.

조폭 간 난투극은 공교롭게도 '경찰의 날'(10월21일)에 벌어졌다. 특히 경찰이 현장에 나와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가운데 공권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조폭 간 칼부림이 발생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경찰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경찰의 초동 조치 미흡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인천경찰도 조폭 척결을 위한 수사본부를 차리고 조폭 검거에 나섰다. 이런 일이 있은 지 약 1년이 된 것이다.

조폭과의 전쟁 초기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조폭 추종세력이라고 해서 무조건 구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사건·사고가 많은 경찰서는 어떻게 하냐" 등 경찰 내부에서 불만이 나왔다. 조폭들은 "검·경이 실적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 "과거의 일까지 끄집어내어 무리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되레 볼멘소리를 냈다.

경찰이 대중목욕탕에서 몸에 새긴 문신을 보인 전 폭력조직원에 대해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범칙금을 부과해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조폭과의 전쟁을 잘했다는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폭이 지금도 우리사회 곳곳에 뿌리박고 활개를 치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마약 유통, 보도방 운영, 도박, 고리 사채 등 대부분의 범죄에 조폭이 가담하고 있었다. 심지어 법원 경매를 방해하고 낙찰자를 폭행한 조폭, 지난 '4·11 총선' 때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조폭도 있었다. 조폭들이 사업을 다각화해 기업형 폭력조직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검·경은 지난해 10월 장례식장 앞에서 주먹을 휘두르거나 위력을 과시한 간석식구파 조직원들을 입건하는 등 큰 성과를 올렸다. 최근 인천지검 강력부는 간석식구파 조직원 100여명 가운데 50명을 입건, 이 중 두목 A(44)씨 등 24명을 구속했다. 또 부평식구파 두목 B(56)씨를 살인교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조폭과의 전쟁은 기간을 설정해 둘 사항이 아니다. 두목급을 잃은 조폭은 재건을 노릴 것이고, 신흥조직들은 힘의 공백기를 틈타 세력을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폭의 범죄는 서민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앞으로 검·경은 조폭의 '자금원'을 차단하는데 단속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조폭의 활동이 불가능하도록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 언제 또다시 '제2의 장례식장 앞 조폭 간 난투극'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