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선물', '조기 경보기'.
당뇨를 지칭하는 김광원 교수의 표현은 긍정적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뇨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당뇨병 환자가 마음 먹기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고 했다. 국내 최고 당뇨병 권위자로 꼽히는 김광원 교수를 지난 8일 가천대 길병원에서 만났다.
그는 당뇨병이 단순한 병이 아니라 사회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와 당뇨병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인천 환자들의 특징은?
증세 없어 치료 필요성 못느껴
귀찮은 일로 치부 개선 어려워
당뇨병에 대한 이해 많이 부족
당뇨가 왜 '신의 선물'인가?
환자가 챙겨먹어야 하는 식단
모든 사람에게 훌륭한 건강식
가족들 건강까지 챙길수 있어
잘 관리하면 완치 가능한가?
現 치료법으로 90~95% 가능
합병증 온 뒤라면 얘기 달라져
생활습관 유지하는 것이 첫째

―삼성서울병원에서 인천 길병원에 온지 두 달 정도가 지났다. 인천은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왜 그런가? 두 달 동안 진료한 인천 환자들의 특징이 있다면.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당뇨 관리가 잘 된다고 하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 당뇨병이 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왜 당뇨병이 생기는지 모른다. 그러다보니 개선도 못한다. 개선 방향을 이야기해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둘째는 증세가 없는 데 치료해야 하는 이유를 모른다.
현재 잘 먹고 잘 사는데 이걸 치료하는 것을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당뇨병 치료를 하다보면 자신의 건강도 챙기고 주변도 건강해지는 것을 모른다. 당뇨식은 건강식이다. 이걸 먹는 게 귀찮은 게 아니다. 이걸 가족들이 같이 먹으면 옆에 있는 사람도 건강을 찾는 이중, 삼중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으면 가족이 같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역발상을 하라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가 있으면 밥도 당뇨식으로 챙겨줘야 해서 가족이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당뇨환자가 먹는 식사는 다른 사람의 건강식이지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는 거다. 당뇨병 환자처럼 다른 사람도 먹으라는 말이다. 당뇨병을 가진 사람이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는 것이다.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당뇨를 '신의 선물'로 표현한 것인가.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합병증이 온다. 그렇게 되면 가족 전체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마음 먹기에 따라 신의 선물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나한테 선물로 올 것이냐 재앙으로 올 것이냐는 내가 어떻게 이해를 하고 치료를 하느냐, 마음 먹기에 달렸다."
―인천에서 만난 환자 가운데 걱정되는 사례는 어떤 게 있나.
"45세 남자 환자다. 키 173㎝ 체중 83㎏ 정도 됐던 것 같다. 혈당이 식후 400쯤 됐다. 당화혈색소는 10%가 넘었다. 소변에 단백이 나오고 어느 정도 합병증도 진행되고 있는 환자였다. 이 환자는 매일 담배를 한 갑 반정도 피고, 술을 1주일에 5~6번 먹는다고 한다.
이 환자는 여러가지 교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담배를 끊어야 되고, 술도 절주해야 된다. 체중도 조절해야 되고 식사습관을 바꾸고 운동도 해야 된다. 젊으니까 아주 잘 교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혈당 검사하고 당장 담배 끊고 체중 줄이라고 했다.
그리고 1주일 뒤에 검사 받으러 오라고 했다. 그런데 이 환자가 당장 하는 이야기가 "약만 타가면 안돼요? 검사는 왜 또 하는 거예요?"였다. 치료를 했으면 좋아지는지 봐야 하는데 이 환자는 약만 타가면 안 되겠냐고 했다. 이런 식의 태도면 치료할 수 없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 같다.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면 나중 그 남자는 어떤 모습일까.
"그 환자는 내가 다음에 올 때도 또 설득할 거다. 이 환자는 귀찮기도 하고 돈 몇 푼 아까워서 그럴 텐데 이 환자 50대 되면 많은 문제가 나타난다. 합병증이 올 거다. 심근경색이나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응급실에 오든지. 성기능도 빨리 없어질 수 있다."
―몇 만원 아끼려다가 나중에 큰 일이 나는 셈이다.
"검사비 5만~6만원 밖에 안한다. 당뇨 관리하는 것 돈 별로 안 든다. 나중에 합병증 오면 돈도 돈 이지만 사람 사는 게 아닐 것이다. 눈이 먼다고 생각해보라. 신부전증으로 인공신장에 혈액 투석한다고 생각해 보라."
―당뇨를 바라보는 환자들의 인식이 왜 그렇다고 보나.
"첫째 인지가 덜 된 것이다. 소위 선진사회, 선진시민이 된다는 것은 미리 예방하는 게 아닐까.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는 성수대교 붕괴를 경험했다. 반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다리는 1년 내내 보수하기 때문에 오래돼도 버티고 있다. 다리가 반쯤 어디가 삐걱할 때는 무너지지 않는다. 20~30%만 남았을 때 덜커덕 끊어지는 것 아닌가. 그런 개념이 사회 전체에 깔려 있어야 한다.
조기에 경고 신호를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끝판까지 가서 문제가 생길 때 해결을 하려고 한다. 이것은 당뇨 환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다. 그런 인식이 결국 당뇨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당뇨병 하나를 가지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뇨병으로 사회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당뇨병은 사회 전반의 하나의 현상이다. 당뇨병은 하나만 가지고 일어나는 게 아니다. 인천시민은 물론 우리나라 국민들은 너무 바쁘게 생활한다. 생활이 한 마디로 각박하다. 각박하면 예방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한다. 자기 집에서 제때 챙겨서 마음을 가다듬고 식사하는 게 안 된다.
운동할 시간에 다른 일 해야지 하는데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가 있나. 그런 것들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어렵다. 생활의 스트레스가 커서 그럴까."
―실제 인천시민이 스트레스가 높다는 통계가 있었다.
"자꾸 강조하는 것이 대중매체가 나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각박한 현실이 당뇨와 연결된다는 이야기는 건강에도 일종의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문제다. 우리나라 월 200만원 버는 사람, 시내버스 타고 다니면서 음식으로 비빔밥 먹고, 가정식 백반 먹고 하면 된다. 이거 못 먹는 사람은 없다. 고급 레스토랑을 못가서 문제지 누구든지 이런 걸 먹을 수 있다. 작은 수입 갖고도 더 잘할 수 있다.
다른 사람 왜 부러워하나. 비싼 음식을 먹나 5천원짜리 김치찌개를 먹나 건강에 뭐가 더 좋을까. 왜 외제차타고 다니는 사람 부러워하는가. 시내버스 타고 걸어가면 된다. 20~30분 덜 자면 되지 않나."
-잘 관리하면 당뇨는 완치가 가능한가.
"현재 쓰고 있는 당뇨약으로 모든 당뇨 환자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세차를 했다고 해도 진흙탕에서 굴리면 다시 더러워진다. 세차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유지하는 생활습관이 첫째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90~95%의 환자는 지금 치료하는 방법으로 완치가 될 수 있다. 일생동안 합병증 없다면 약을 먹을 뿐이지 완치나 똑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
일부 소수의 사람들은 치료를 해도 안되는 경우가 있다. 이같은 난치성 당뇨환자의 경우 췌도 이식을 한다. 하지만 합병증이 오고 난 뒤에는 다른 문제다. 그때는 어느 정도 상황이 끝난 것이다. 신장이 문제가 생기면 신장이식을 해야하고, 중풍이 오면 중풍환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합병증이 오기 전에 관리를 해야 한다."
/홍현기기자
사진/임순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