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50명 대피 안시켜… 사고후 병원이송도 늦어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용액 누출
   
▲ 삼성전자측 사고경위 설명 28일 오후 화성시 반월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화성반도체 사업장에서 삼성전자 DS부문 커뮤니케이션 팀장 이승백 상무가 불산가스 누출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지난해 9월 구미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1만명이 넘는 사람이 치료를 받았다. 당시 인근 지역 농작물은 초토화됐다. 경기도는 사고 이후 불산사용 사업장에 대한 일제 점검을 벌여 '불산위험 안전지대'라고 자신했지만 3개월 만에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에서 불산이 누출돼 1명이 숨지는 등 모두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 방호복 미착용·축소은폐 의혹 등 수사
유독물 취급불구 대응미흡해 주민불안 증폭
道 일제점검 '안전하다' 판단 3개월만에 충격


■ 초일류기업 삼성에서 불산 누출 '충격' = 지난 27일 오후 1시30분께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11라인 외부에 있는 '화학물질중앙 공급시설'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됐다. 관리 운영사인 STI사가 이날 오후 11시부터 수리에 들어가 다음날(28일) 오전 4시45분께 수리를 마쳤다. 수리를 마칠 동안 2차례의 불산 누출이 더 이어졌다.



STI사 소속 박모(36)씨 등 작업자 5명은 불산 공급장치의 배관 교체작업 중 불산 가스에 장시간 노출됐고, 결국 박씨는 이날 오전 7시30분께 목과 가슴의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같이 작업한 4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모두 퇴원했지만 현재 재입원 중이다.

삼성전자는 "불산 원액이 누출된 것이 아니라 희석된 액체 상태 용액이 누출됐다"고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인근 주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실제 화성시청과 화성소방서에는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쳤으며 삼성전자의 뒤늦은 사고 전파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보호장구 '안갖춰', 치료는 '늦어' = 숨진 박씨는 방독면만 쓰고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생존한 작업자들은 방호복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산과 같은 유독물질을 다룰 때는 반드시 방호복과 방독면 등 보호장구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박씨는 보호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시간 동안 불산 공급장치의 수리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박씨가 목과 가슴 통증을 호소하자 공장내 의료시설에서 2시간 가량 치료하다 병원 이송이 늦어지면서 사망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업무상 과실여부를 수사 중이다.

한편 STI측은 수리과정에서 당초 가스 누출이 미미하다고 판단, 비닐봉지로 씌워 놓았다가 유출량이 많아지자 삼성측에 연락한 뒤 교체작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불산 공급장치의 고장수리를 마치기 전까지 주변에서 근무하는 50명의 직원을 대피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까지 이어질 뻔했다.

   
▲ 28일 1명이 숨지고 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유출 사고 현장에서 삼성전자 관계자가 불산이 유출된 밸브를 가리키고 있다. /하태황기자

■ 사고공개 늦어 '은폐' 비난 = 불산은 지난 27일 오후 1시30분께 최초로 누출됐지만 삼성전자는 관할 화성소방서에 연락을 하지 않아 처음부터 축소 은폐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화성소방서는 오히려 28일 오후 4시10분께 경기도 재난대책과로부터 불산 누출에 따른 확인요청을 받았다. 최초 누출이 이뤄진 지 26시간이 지나서다.

이전까지는 삼성전자로부터 불산 누출 사고와 관련한 어떠한 신고도 받지 못했다. 화성소방서는 10분 뒤 현장에 도착, 누출여부를 확인한 후 소방방재청, 국립환경원 등에 불산 누출 사실을 통보했다. 화성동부경찰서 역시 이날 오후 2시30분께 박씨가 숨진 병원에서 상황을 통보받았다.

누출 사고가 발생한 반도체부문은 불산 등 15종의 유독물을 연간 17만1천750t가량 처리하는 곳이지만 비상상황에 따른 즉각적인 대응태세는 이뤄지지 않은 셈이어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 '불산(Hydrofluoric Acid)'이란 = 불화수소가 물에 녹은 것으로 황산, 염산, 질산 등과 같은 일종의 강산이다. 무색의 자극성 액체이며, 유독성이 강하고 피부나 점막을 강하게 침투하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히 다뤄야 한다. 불산에 돌이나 모래를 넣으면 녹을 정도다. 화학공장은 물론 반도체와 각종 첨단기기를 제조하는 공장 등에서 많이 쓰이고 있으나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규제 없이 대형빌딩 청소 등에도 흔히 사용된다.

만일 불산이 저장용기에서 쏟아져 나오게 되면 강력한 유독성 가스를 발생시킨다. 가스가 누출된 지역의 식물 등이 말라 죽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수용액 농도가 진할수록 강산이 되고 자극적인 냄새의 연무를 발산한다. 기체상태의 불화수소는 특히 공기보다 가벼워 쉽게 확산되며 불산용액과 불산가스는 급성 및 접촉성 독이어서 화학전의 무기로까지 이용되고 있다.

기체 상태의 불산을 흡입하면 피부와 반응했던 것과 유사한 반응이 나타난다. 불산가스를 흡입하면 기도, 기관지, 폐포 등의 폐 조직이 손상받는다. 이로 인해 폐부종이나 폐수종, 폐염증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김민욱·황성규·신선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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