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썽정씨 외 11명의 작가 '구슬땀'
캔버스 아닌 악기표면에 개성담아
많은 재료비 좋은일엔 '아낌없이'
음악소리 들리는 듯 생동감 표현
페스티벌 끝날때까지 수원서 전시
지난달, 세상에서 가장 착한 피아노들이 서울 문래동의 허름한 작업실에서 탄생했다. 문래동 작업실에서는 젊은 미술작가 몇몇이 캔버스가 아닌 피아노 표면에 각자의 개성을 담아 작품을 완성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오는 17일 개최하는 Peace & Piano Festival에 사용될 '착한 피아노'다.
예뻐서 착하기도 하지만, 피아노를 전당에 기증한 이들의 착한 마음과, 재능을 기부한 작가들의 착한 마음과, 완성된 예쁜 피아노를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증할 전당의 착한 마음이 모여서 착한 피아노가 됐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착한 피아노는 페스티벌을 찾은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렇게 예쁜 피아노는 처음 봤다며 피아노 앞에 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과, 앉은 김에 멋진 연주를 선보인 사람들로 피아노 주변은 늘 붐볐다.
그래서 올해는 더 많은 착한 피아노를 준비했다. 11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그들 중 몇몇을 문래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김썽정 작가는 피아노에 하루종일 점을 찍었다. '색점묘법'으로 작업을 하는 그는 바탕색을 칠한 뒤 그 표면을 점으로 메워 작품을 만든다.
물감을 농도짙게 풀어서 연필끝이나 붓끝에 묻혀 단춧구멍만한 점으로 면을 채워나간다. 캔버스는 평면이기나하지만, 피아노는 굴곡있는 형태에 뚜껑도 있고 의자도 있다.
한 시간 내내 점을 찍어야 오백원짜리 동전만큼 찍을 수 있다. 찍다가 틀리면, 답이 없다.
그래서 김썽정 작가는 혼자 조용히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도 그가 피아노에 그린 밑그림에는 별도 있고 수박, 꽃, 고래 등 발랄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원색적이고 유치찬란한 게 제 작품의 특징이에요. 격없이 순수해서 누가 봐도 부담없죠." 노동집약적 작품을 준비한 작가는 김썽정 작가뿐만이 아니었다.
권남정 작가는 1.6~2.4㎜ 크기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을 한땀한땀 붙여 작품을 완성했다. 핀셋으로 큰 단춧구멍만한 보석을 들어올려 에폭시접착제를 바른 다음, 피아노에 붙이는 것이다.
싼 값에 파는 큐빅이 아니라 정품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만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도 아주 많이 든다. 어지간한 피아노를 한 대 구입할 수 있는 정도다.
권남정 작가는 색이 아니라 빛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이러한 작업방식을 택했다. 힘들고 지루해 보이지만, 정작 그는 '작업이 곧 명상'이라고 한다.
김일동 작가는 한참동안 피아노를 문지르고만 있었다. 작품을 프린트한 접착 시트지를 피아노에 밀착시키는 것이다. 그가 만든 착한 피아노에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 작품 이름은 '형설지공'이다.
"밤에 반딧불이의 도움을 받아 공부한 사자성어의 주인공처럼 이 피아노를 받을 누군가가 아티스트들로부터 힘을 얻어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지만 추상화가 권현진 작가는 눈을 감아야 보이는 환영을 피아노에 옮겨 담았다.
환영에서 모티브를 얻어 내면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전달하는 그는 자신의 기존 작품 여러 점으로 착한 피아노를 꾸몄다.
'그림은 꼭 봐야 하고, 음악은 꼭 들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다는 권현진 작가의 피아노를 보고 있으면 음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들 피아노는 페스티벌이 끝날 때까지 수원시내 주요 지점에 전시되며, 누구나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다.
또한 22일 열리는 '피스콘서트'의 무대에서 연주되며, 페스티벌이 끝난 후에 문화소외계층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부될 예정이다. 문의:(031)230-3242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