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희 편집국 국차장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어언간 10개월이 지났다. 얼마 안가 1년이 된다. 그런데 현 정치권의 상황은 대선 정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에 들어간 여·야는 연일 대선과 관련된 이슈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놓고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여·야의 공방전은 '대선 연장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산적한 민생 관련법 처리는 뒤로 미룬 채 오로지 대선 이슈만을 놓고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 트위터 등 온라인 공간을 통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터진 지가 언젠가. 23일간의 대선 기간과 새 정부 출범 기간 등에 비쳐볼 때 거의 1년전 얘기다. 더욱이 이 문제는 검찰 수사를 거쳐 국정조사까지 하고 마무리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더 밝혀야 할 것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검찰수사와 국정조사는 무엇을 어떻게 조사했다는 말인가. 그야말로 의문이 커진다. 장기화 되고 있는 경제난으로 허리띠를 졸라 매고, 민생 국회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들은 창조경제를 외치며 탄생한 현 정부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특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이에 정부는 재정 지출을 늘렸고, 금리도 인하했다. 각종 규제도 풀었다. 심지어 대통령이 빨간 옷을 차려 입고나와 투자해 달라고 기업인들을 다독이기까지 했다. 정책으로는 할 만큼 했다. 그런데도 각급 경제연구소들은 우리 경제가 내년에 잘해야 3%대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내년 경기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경제가 나쁘면 노숙자가 증가하는 등 서민 생활이 궁핍해진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이같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우리 정치권은 1년여전의 정치적 이슈에 사로잡혀 '정쟁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심지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 국정감사장에서 검찰 지휘라인끼리 폭로성 공방을 벌이는 등 있을 수 없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뭘 어쩌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물론 국정원이 선거 개입 의혹에 휘말린 것 자체가 창피스러운 일이다.

여기에 여야가 '대선 2라운드'를 치르듯 정쟁을 이어가고 주요 국가기관들의 손발을 묶어 놓고 있는 것은 더욱 창피스러운 일이며, 국가적 낭비다. 빨리 벗어나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으며, 불안한 국가 경제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사람이 먹고 입고 자는 것 만큼 소중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를 해결하려면 무엇 보다도 국가 경제가 안정을 찾아야 한다.

여야 의원들은 사석(私席)에선 작금의 상황에 대해서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말도 중요하지만 실천은 더욱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민생 경제 회복은 뒤로 한 채 1년이 다 지난 대선 이슈를 가지고 24시간 비상 국감에 나선다면 야당은 대선 패배에 따른 화풀이 비난을, 여당은 정치력 부재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정권을 잡은 여당은 어떻게든 대선 이슈를 빨리 정리해야 하며, 야당은 대선 패배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모습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타협과 협상으로 여당과 당당히 맞서야 한다. 그래야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침체된 경제도 살아난다.

민심은 천심이다. 선거 때만 되면 표를 달라고 구걸(?)하는 정치권이 되어서는 안 된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문제도 아직 검찰의 최종 수사발표를 남겨놓고 있다. 이 또한 여야 중 한쪽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대선 이슈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아무튼 국민을 위해 내 것을 기꺼이 버리는 용기있는 선택을 기대해 본다.

/박석희 편집국 국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