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57곳 '석면 위해성' 판정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가운데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의 위해성 등급을 받은 곳이 57군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 대상 121곳의 47%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새누리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까지 준공된 도로공사 소유 휴게소 121곳 가운데 4곳이 석면 위해성 '중간' 등급을, 53곳은 '낮음' 등급을 받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석면 자재 사용이 금지된 2009년 이후 착공한 휴게소 26곳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석면 위해성 '중간' 등급을 받은 4곳은 영동고속도로 인천방향 문막휴게소와 강릉방향 문막휴게소, 인천방향 강릉휴게소와 강릉방향 강릉휴게소다.

이들 휴게소는 특히 사용 빈도나 시간 등을 고려한 '인체노출 가능성' 항목에서 위해성 '높음' 점수를 대거 받았다.

식재료를 다루는 곳이라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식당과 주방을 비롯해 고객쉼터와 화장실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

영동선 강릉휴게소는 인천방향과 강릉방향 2곳 모두 주방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중부선 이천휴게소(하남방향)의 주방과 주방 창고, 영동선 문막휴게소(강릉방향), 중앙선 원주휴게소(부산방향)의 주방 창고에서도 석면이 나왔다.

현풍김천선 남성주휴게소(현풍방향)는 석면의 유해성이 널리 알려진 2007년 준공한 곳인데도 고객 화장실과 직원 식당, 편의점 창고에서 석면이 나왔다.

휴게소 상주 직원용 식당에서 석면이 나온 곳은 경부선 기흥휴게소(부산방향), 옥산휴게소(부산방향), 죽암휴게소(서울방향)와 중부선 이천휴게소(통영방향) 등 10곳이 넘었다.

이노근 의원은 "주방을 비롯해 고객쉼터, 화장실, 직원 휴게소 등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휴게소 이용객과 직원들이 석면에 노출된 것"이라면서 "개선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는 민자 고속도로 휴게소 29곳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휴게소까지 조사가 끝나면 석면 검출 휴게소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석면은 단열성, 내열성, 절연성이 뛰어나고 값이 싸 건축 내외장재와 공업용 원료로 널리 사용되다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사용이 금지됐다. 석면 가루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 등이 생길 수 있다.

도로공사는 이번 석면건축물 조사 결과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고 위해성 평가등급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다.

앞서 도로공사는 2012년 4월 시행한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라 고속도로 건축물 석면조사 시행계획을 수립했으며 지난해 8∼12월 휴게소 건물을 대상으로 석면조사를 했다.

김수환 도로공사 건축팀 차장은 "이달까지 조사 결과를 지자체에 내고 다음 달부터 석면 검출 휴게소에 조치할 수 있도록 서두르겠다"면서 "심한 부분은 (석면 건축재를) 철거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보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