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뺨치는 대학가 군기잡기

신입생에 '관등성명' 강요
복장·이성 대화까지 제한
어길땐 선배들 폭언·폭력
못견디고 자퇴하는 학생도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경기도 일부 대학가에서 신입생들을 상대로 군대보다 엄격한 '규칙'을 제시하는 등 '군기잡기' 이색 풍속도가 확산되고 있다.

신입생들이 지켜야 할 규칙으로는 관등성명 대기, 복장 및 두발 제한, 보행 중 취식금지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남학생과의 대화 금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규칙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용인 A대학교 체육학과의 한 학생이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 학과 신입생들은 선배 앞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고, 말을 할 때에는 관등성명을 대야 한다. 또 파마를 하거나 서클렌즈를 착용할 수 없으며, 사탕과 껌을 먹거나 씹는 것도 금지된다. 이 같은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선배들의 얼차려가 돌아온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전통적으로 선·후배간에 군기가 있는 체대뿐만 아니라 학과나 동아리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8일에는 수원의 B대학교 한 동아리의 카카오톡 단체 메시지가 공개됐다. 신입생들은 교내를 걸어다니면서 음식물을 먹지 말아야 하고, 학교 앞 주점에서는 음주할 수 없다는 것.

용인의 C대학교 무용과의 경우 복장제한이 엄격해 1학년의 경우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교복처럼 입어야 한다.

이천 D대학교 항공서비스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복장제한은 물론 매니큐어 색깔까지 분홍색으로 통일해야 한다. 게다가 교내 커플이 될 수 없고, 심지어 남학생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금지했다.

이처럼 군대식 조직문화가 대학가 곳곳에 퍼지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D대학 학생 E(21·여)씨는 "선배들이 세워둔 금지조항은 일종의 전통이기에 꼭 지켜야 한다"며 "하지만 이를 못 견뎌 자퇴를 택한 학생들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군기를 잡는 목적은 동질화다. 선배들은 신입생들을 통제해 하나로 뭉치려고 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20대들이라 자칫 위험할 수 있다"며 "경험과 연륜이 있는 대학원생들이 신입생들의 멘토가 돼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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