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를 준비하면서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외상센터는 응급센터와 다르냐거나 조금이라도 다치면 외상센터로 가야하느냐는 질문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외상센터'란 이름은 낯설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늦은 밤이나 휴일에 많이 아프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게 되면 119를 통해 응급실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존에 응급 및 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응급실이 곳곳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상만 따로 분류해서 센터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외상센터는 어디에 얼마나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한가지 상황을 보자. 50세 김모씨는 공사장에서 작업을 하다 10층 높이에서 추락해 외상을 입었다. 119를 통해 근처의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검사 결과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이곳에는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다. 응급 처치 후 주위의 큰 병원들에 연락을 해보지만 당장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까운 대학 병원으로 보내졌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다시 환자를 진찰하고 수술이 필요한 과의 의사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수술을 기다리던 중 환자는 출혈이 심해서 사망했다.

권역외상센터가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라면 어땠을까? 김씨를 발견한 119 구급대원은 중증외상이 의심되는 이 환자를 가까운 응급실보다는 조금 멀지만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했을 것이다. 환자는 응급 검사 후 1시간 이내에 외상전용수술실로 옮겨져 수술을 하게 되고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응급의료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지만 기존의 응급의료 시스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사전적으로 '외상(trauma)'이라 하면 겉에 생긴 상처를 일컫는 말로 손가락을 베이거나 길에서 넘어지며 발을 접질리는 것부터, 도로에서 차가 전복될 정도의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수십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이중 심하게 다쳐서 빨리 수술 받지 못하면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중증외상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권역외상센터이다.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의 경우와 달리 정부 주도로 권역외상센터 사업을 준비해왔는데, 정부는 전국을 5개의 대권역으로 나누고, 모두 17곳의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11곳의 외상센터가 지정이 되었고, 이곳 인천 권역에서는 가천대 길병원이 지정되었다. 가천대 길병원에는 이미 인천서해권역 응급의료센터가 12년 연속 최우수 응급의료센터로 선정되어 왔고, 2011년부터는 닥터 헬기를 운영해 섬 지역 등 의료취약지의 응급환자 진료를 해오고 있다.

외상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들 중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도 있었을 경우를 예방가능사망률이라고 하는데, 약 35% 이상이었던 한국의 예방가능사망률을 선진국 수준인 10% 대로 낮추는 것이 권역외상센터 사업의 목표이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에 도착한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병원에 빠르게 이송하는 시스템도 필요하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예방하거나 장애를 가진 이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소중한 생명을 살리자는 한마음으로 노력한다면 한국형 권역외상사업은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정남 가천대 길병원 권역외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