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인원 착오 해명에 안산단원고 학부모 '강력반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16일 오전 학교로 몰려와 자식들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임열수기자 |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단원고 학생들이 탑승한 여객선 침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백여명의 학부모들이 학교로 몰려와 생사를 하며 울부짖었다.
특히 학교 측에서 사고 소식을 학부모들에게 곧바로 알리지 않은데다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이 잘못 알려진 것으로 밝혀지자 거세게 반발했다.
16일 오전 10시30분께 안산 단원고에서는 1·3학년 학생들이 2교시 수업만 마친 채 전원 조퇴하고 있었다. 수학여행 중이던 2학년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 등이 탄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소식을 접한 선후배들은 눈물을 훔치며 귀가해야 했다.
1학년 이모(16)양은 "밴드부 선배가 수학여행을 갔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선배가 제발 살아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대책본부가 설치된 2학년4반 교실은 고성이 오가는 상태로, 텔레비전을 통해 선박이 90도로 뒤집힌 사진이 나오자 학부모들이 오열했다.
학부모 한모(43·여)씨는 "아이가 웃으면서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으니 몸이 떨린다"며 "연락도 되지 않고 생사도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학교에서는 아무런 답변도 없다. 사고소식조차 지인을 통해 듣고 학교로 왔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교측의 발표가 아닌 언론이나 지인 등을 통해 사고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단원고에서는 오전 9시50분이 돼서야 '수학여행단(이) 탑승한 여객선이 고장으로 인해 선체가 기운상태이며, 모든 학생이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구조가 진행되니 걱정말라. 상황이 변동되면 연락드리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 ▲구조인원 착오 해명에 안산단원고 학부모 '강력반발'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이희훈 교무부장이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사고 구조 상황에 대해 설명한 후 교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임열수기자 |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온 문자에 학부모들은 교사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이후 학교 4층 대강당에는 학부모상황실이 마련됐고, 학부모 수백여명이 모여 학교 측의 해명을 들었다. 그때가 돼서야 김진명 단원고 교장이 나타나 학부모들의 비난이 거세졌다.
김진명 교장은 "침수가 시작된 것은 오전 8시55분으로, 선체가 좌현으로 기울었다"며 "보고는 9시16분께 받았는데 상황보고가 늦어 학부모님들께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교장에게 물병을 던지고, 강단에서 끌어내리기에 이르렀다.
홍모(46)씨는 "침몰이 임박했다는 뉴스를 보고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아이들은 차가운 바다에 빠졌을 텐데 교장이라는 사람이 이제야 해명을 하고 있다니 화가 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선모(46·여)씨 모녀간 전화연결이 돼 정현진 학생 등 11명의 생존이 확인, 학부모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모인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통화가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굴렀다.
이후 학교 측에서는 오전 11시께 학부모들을 상대로 '학생 324명 전원 무사히 구조완료했다'고 밝혔다. 전체 문자메시지까지 전달되면서 학부모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믿을 수 없다'며 교사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애간장을 태우던 학부모 300여명은 정오께 자식들의 생사도 모른 채 시에서 마련한 버스 8대에 나눠타고 목포해경과 진도 실내체육관 등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 구조인원 착오 해명에 안산단원고 학부모 '강력반발'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탄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가운데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정차웅군의 책상에 이름과 함께 '공부 열심히 하기'라는 목표가 붙어 있다. /임열수기자 |
하지만 오후 2시께, 2학년 정차웅군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교 측의 거짓해명이 드러났다. 이에 오전에 학교에 미처 오지못했던 학부모 200여명이 학교로 찾아와 강하게 반발했다.
학교 측에서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생존이 확인된 인원은 77명이라고 말을 바꿨다. 학생들을 전원구조했다는 발표를 고작 3시간만에 뒤집은 것이다.
김모(43)씨는 "왜 학생들이 모두 살아있다고 거짓말을 했느냐"며 "구조된 아들과 통화를 했는데 진도 체육관에는 31명만의 학생만 있었다고 들었다. 애초에 발표한 구조완료 문자는 모두 허위 통보 아니냐"고 비난했다.
사고 전날인 15일 오후 6시로 출발이 예정돼 있던 여객선이 오후 9시께가 돼서야 인천여객터미널을 출발한 데에 대해서도 항의가 이어졌다.
강모(54)씨는 "전날 오후 8시께 아들에게 연락이 와 '안개가 많아 출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며 "날씨는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출발을 강행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단원고 관계자는 "학생들이 구조되는대로 상황을 알리겠다"며 학부모들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추가로 구조된 학생은 조모군(조대섭) 등 3명이 전부였으며, 학부모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오후 5시 10분께 김문수 도지사가 학교에 방문하자 학부모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김문수 도지사는 "경기도는 최선을 다해 이번 사고를 지원할 것이며, 진도 현장에도 이국종 교수를 급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학부모들은 "언론 인터뷰에 나오고 싶어 학교에 왔느냐"며 "도지사가 사고 현황을 학부모들에게 알릴 생각은 않고 카메라만 찾아다니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오후 6시 현재 단원고 4층에 학부모 상황실이 설치돼 있으며, 수백여명의 학부모들이 뉴스를 통해 구조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경인일보 이재규·강영훈기자 jaytw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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