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진도 여객선 참사]환갑여행 떠난 동창생(인천 용유초) 12명 실종… 생존자들 '친구야'

실종자 "배 기울어 문 안열린다" 전화후 연락 끊겨

바다에 뛰어내리거나 갑판 있었던 5명만 생존 확인

"몇년만의 여행이라 설레는 마음 갖고 떠났는데…"
입력 2014-04-16 23:06
지면 아이콘 지면 2014-04-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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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 여객선 참사. 16일 전남 진도해역에서 인천∼제주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환갑을 자축하러 여행길에 올랐던 인천의 한 초등학교 동창생 17명이 침몰한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일부는 생존이 확인됐지만 생사를 알 수 없는 동창생들 때문에 구조된 사람들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16일 전남 진도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에는 환갑을 맞아 제주도 여행길에 나선 인천 용유초등학교 28회 동창생 17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전날 고향인 용유도에 모여 저녁식사를 한 이들은 이날 벌어질 끔찍한 일은 상상하지 못한채 세월호에 올랐다.



이날 21시00분 현재 전체 17명중 이중재·심창화·차은옥·강인환·김정근씨 등 5명의 생존만 확인됐을 뿐이다.

용유초 동창생들과 가족들에 따르면 이날 구조자 중 한 명인 이중재(60)씨는 오전 9시24분께 형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침몰하고 있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사고 소식을 전했다. 이후 이씨는 1시간여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남편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던 부인 조명옥(54)씨의 휴대전화로 이씨가 전화한 시각은 오전 10시 30분께. 이씨는 구조된 이후 힘이 빠진 목소리로 "배에서 뛰어내려 살 수 있었다"고 부인에게 말했다.

취재진과 통화가 연결된 부인 조씨는 "남편은 지금 해남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다리를 다쳐 몇바늘 꿰맸을 뿐 큰 부상은 없는 것 같다"며 "몇 년만의 여행이라 다들 설레는 마음을 갖고 떠났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남편의 소식을 전했다.

이어 "남편과 정말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인천으로 돌아와서도 너무 힘들어할 것 같다"고 했다.

이씨와 함께 구조된 강인환씨와 차은옥씨는 사진을 찍기 위해 갑판에 나와 있던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들은 이날 여행에 참석하지 않은 또다른 동창생 이정선씨에게 구조 소식을 알렸다. 목사인 이정선씨는 부활절 행사를 준비하느라 이번 여행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는 아직 몸과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는지 이날 오후 5시께 경인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전화받을 상황이 안돼요"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 너머로는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실종자들은 이날 사고 직후 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 중 1명인 최창복씨는 오전 가족에게 "배가 기울어지면서 이상하다"고 전화했다. "배가 기울어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최씨와의 전화는 끊어졌다.

배가 침몰하면서 선체가 뒤틀렸고, 이때문에 선실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최씨는 꼼짝없이 배에 갇힌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씨는 오는 19일 둘째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날 주례는 동창생 이정선 목사가 맡기로 했다고 한다.

이날 경인일보는 여행길에 올랐던 용유초 동창생 17명의 전화번호를 입수해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구조된 심창화·차은옥·이중재씨 외에는 통화연결음만 울릴 뿐 받는 이는 없었다.

실종자 김연혁씨의 전화에서는 "당신은 하나님의 언약안에 있는 축복의 통로…"라는 가사의 복음성가가 흘러나왔다. 이 학교 동문들은 이날 사고소식을 접하고 모두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두손 모아 빌고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경인일보 김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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