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교사와 학생들의 장례식이 엄수된 20일 오전 수원 연화장에서 한 유가족이 고인의 관을 부여잡고 오열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A씨는 더이상 울음도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신음하듯 내뱉는 딸 아이의 이름만 들릴듯 말듯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A씨는 한 순간도 앉아있을 수 없었다.
사고지점과 좀더 가까이 가기 위해 팽목항에서 밤새도록 울부짖고 구조에 나선 사람들을 찾아가 '바다에라도 뛰어들어 딸을 찾아달라'며 애원했다.
하지만 사고 닷새째, A씨가 느끼던 극도의 불안과 분노는 체념으로 바뀌었다. 그의 마지막 소원은 마지막으로 딸의 얼굴이라도 보는 것이다.
B씨 역시 지난 100여시간을 아들이 살아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견뎌왔다. 그러나 지금은 아들의 시신만이라도 찾을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
B씨는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 때, 제발 배를 인양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의 희망은 바다에 잠겨 버렸다. 100시간 넘게 힘겹게 지탱해 오던 희망이었다.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분노와 울분 대신 '가족의 얼굴을 영영 못보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자리잡았다.
쏟아지던 유언비어에 크게 동요되던 모습도 사라졌다. 사고 당일과 그 이튿날까지 세월호 승객이나 승무원에게 온 것으로 추정되는 카카오톡 메시지나 문자메시지가 전달됐다는 이야기에 진실 여부를 떠나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은 크게 술렁였다.
그러나 대부분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가족들 마음에 더 큰 상처로 남았다. 100년보다도 더 길었던 지난 100여시간. 한맺힌 절규에도 시간은 속절없이 지났고 가족들의 마음은 이미 시커먼 숯덩이로 변했다.
누구도 인정하기 싫은 현실에 점차 희망의 끊을 놓을 수밖에 없는 가족들. 눈에 넣어도 아프질 않을 자식들을 가슴 깊숙이 묻어놓을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끼는듯 했다.
목놓아 불러도 대답없는 아들과 딸들. 그 이름을 부르면서 마지막 기적을 바라고 있다.
/특별취재반
■ 특별취재반
▲ 반장 = 박승용 사회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 반원 = 김대현 차장, 박종대·공지영·윤수경·강영훈 기자(이상 사회부), 이재규 차장, 김영래 기자(이상 지역사회부), 김도현 차장, 임승재·김민재·정운·홍현기·김주엽·박경호 기자(이상 인천본사 사회부), 김종택 부장, 임열수 차장, 하태황 기자(이상 사진부) 임순석 부장, 조재현 기자(이상 인천본사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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