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 구조돼 입원 치료중인 자녀의 군입대 연기 절차를 문의하는 부모의 민원을 병무청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빈축을 사고 있다.

부모는 구사일생으로 살아온 아들의 치료에 전념해도 모자랄 시기에, 입영을 연기할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하느라 1주일 가까운 시간을 맘 졸여야 했다.

세월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A(19·대학생)씨는 사고현장에서 구조돼 인천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오는 29일 군 입대를 앞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부친 B(55)씨는 아들의 입영을 연기하기 위해 재난본부, 진도구조센터, 총리 비서실 등 여러 기관에 수차례 문의를 했지만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한 채 며칠째 마음을 졸여야 했다.

결국 B씨는 지난 21일 인터넷 '국민신문고' 포털을 통해 민원을 올렸고, 이 같은 내용은 병무청으로 전달돼 인천·경기지방병무청 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병무청 담당자는 본인이나 가족이 인터넷·팩스·전화·방문을 통해 필요한 서류를 보내거나 양식을 작성하면 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려면 본인의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하고, 병원 진단서 등의 서류도 준비해야 했다.

B씨는 특별한 대접을 바라지 않았지만, 공인인증서나 병원 진단서 등 서류부터 요구하는 병무청의 태도에 화가 치밀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B씨는 할 수 없이 청와대로 찾아갔지만 민원을 정리한 서류만 제출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23일 오전 병무청 본청이라며 전화가 걸려왔다.

병무청 관계자는 "청와대를 통해 내용을 들었고 지방병무청 담당자의 업무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며 "입영을 연기하고 싶을 때까지 알아서 조치할 테니 치료에만 집중하라"는 말과 함께 사과했다. B씨는 청와대까지 찾아간 뒤에 달라진 병무청의 태도에 마음 한 편이 씁쓸했다.

인천경기지방병무청 관계자는 "관련 지침에 전화나 인터넷, 팩스, 방문 등으로 안내하라는 지침에 따라 했을 뿐이다"며 "담당자가 결정할 수 없어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고 해명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