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초부터 불안한 존재였다. 옛날 사람들은 질병과 전쟁, 자연재해에서 비롯되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늘 달고 살아야 했다. 그래서 절대자의 힘에 의지하는 종교를 만들어 냈다.
요즘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현대 의학의 발달로 좀 줄어들었지만 부와 명예를 언제쯤 성취할 수 있을까, 좋은 배우자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식은 몇 명이나 낳을 수 있을까,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까, 집값은 언제 오를 것인가 등 어떤 일에 성공할까 실패할까를 놓고 항상 고민을 달고 산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종교와는 또 다른 영역의 술수(術數)류를 만들어 나갔다. 우리가 흔히 아는 '사주팔자 명리학(命理學) '이라는 것도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특정 신(神)과 관계된 것이 아니라 천문현상과 자연조화를 바탕으로 인간의 삶을 추정해보는 미래 예측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명리학 외에도 주역, 풍수, 기문둔갑, 육임, 태을수, 자미두수, 하락이수 등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미래를 예측하고 발복과 안녕을 가늠해 보는 수단과 방법은 많다 .
"점이라는 것이 원래 국가 중대사를 놓고 황실에서만 칠 수 있었던 것인데, 요즘 사람들은 저자거리에서나 다루는 미신정도로 치부되는 것이 안타까워요. 다만 요즘은 인문학 붐을 타고 각 대학에 관련 학과들이 개설돼 점에서 파생된 학문들이 활발하게 연구되는 것은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원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방송작가협회교육원을 다니다가 우연히 신문에서 사주를 공부하면 사람의 성격을 읽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한 대학 사회교육원에서 사주명리학을 공부하게 된다. 이를 통해 드라마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창조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사주를 공부하다 보니 이와 관련된 학문이 여러 가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본격적으로 이를 연구하고자 공주대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이 씨는 10여 년 간의 육효점을 친 것을 바탕으로 최근 '육효박사(태을)'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본인점사, 타인 신수점, 재물점사, 타인 재물점, 심리점사, 건강점 등 저자가 직접 체험한 230여개의 실점 사례를 재미있고 구수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점이 맞으면 맞는 대로 틀리면 틀린 대로 그 이유와 상황들을 자세히 풀어놨다.
그는 "육효점이 굉장히 잘 맞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점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을 살리는데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역의 요체는 '생생지위지덕(生生之謂之德)'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을 살리고 살리는 덕이라는 뜻이지요. 혹시라도 제 책과 강의를 통해 육효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괜히 점 보러 온 사람들 죽여 놓고 점 잘 쳤다고 박수치지 마시고 살려서 내보내시기 바랍니다. 육효를 잘 치는 방법 중 하나가 이 사람을 어떻게 하면 살릴까 하고 괘를 뚫어져라 보면 답이 보이거든요."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