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보다 정신질환, 정신장애가 부드러운 말 같지만 아무튼 세상에 만연된 게 정신질환이다. 물불을 못 가리는 광란증은 물론, 가볍게 여기는 우울증과 조울증, 강박증, 불안신경증도 정신질환이고 비뚤어진 이기주의나 고집불통, 완고함, 독불장군 식 독재 성향과 공격성도 정신질환에 속한다지만 '광우신(狂愚神) 예찬론'을 편 네덜란드 인문학자 에라스무스(Erasmus)의 정신병질 시각은 더욱 유별나다. 불합리, 부조리, 비리까지도 정신병 소산으로 여겼고 무분별, 몰지각, 주책바가지, 어리석음까지도 광우(狂愚)―정신병적 속성(屬性)에 처넣었다. 사이비종교 광신도는 거의가 정신적 외상(trauma)환자다. 트라우마는 극심한 공포나 놀람, 슬픔, 갈등 등이 파낸 마음 속 상처지만 그런 사람들에겐 트라우마가 교주에 대한 외포감(畏怖感)과 함께 감동으로 바뀐다는 거다. 그래서 끝도 없이 중얼거리는 이른바 '정신적 반추(rumination)'를 계속한다.

그런데 정신상태가 비교적 건전하다는 사람들은 이런 정신질환에 무관심,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더욱 무서운 게 이 점이다. '정신암(精神癌)'이라는 말을 우리 사회 지도층이라는 인사들이 들어본 적 있을까. 무관심, 무책임, 무기력의 3무(無)를 가리켜 정신의학에서는 '정신암(spiritual cancer)'이라 일컫는다. 사회집단우월감, 직종우월감, 종족우월감 등의 에스노센트리즘(ethnocentrism)에 빠진 인간들에게 정신병 문제는 관심 밖이다.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던 강 모군만 해도 혼자 파리로 갈 정도면 심한 증세 같진 않지만 거기서 아들을 데려온 그 아버지의 공항 발언 또한 어이가 없다. 그는 "아들아, 사랑한다!"고 외쳤다. 그건 집에 가서나 할 소리지, 청와대를 까부수겠다는 아들을 공개적으로 사랑한다고 외친 거다. 그런 사람이 뭘 어떻게 정의화 국회의장을 보좌했다는 건가.

또한 놀라운 건 작년에 정신질환으로 제대한 병사가 1천709명이라는 거다. 강군도 그렇고, 몸도 정신도 철갑을 두른 듯 강인해야 할 청년들의 정신질환이 그리도 많다는 거다. 북녘은 사이비종교 광신도 집단 같고 남쪽도 청년 정신질환자로 넘치고…. 오 마이 갓, 아워 갓은 어디쯤에서 내려다보고 계신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