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적 언행 정서적 학대로 인정
法 첫 실형 판결에 교육현장 파장일듯
경인일보 5차례 보도 중요자료 참조
피해학생母 “엄한 처벌을” 즉각 항소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인종차별적 언행을 한 수원의 한 초등학교 교사(경인일보 2014년 7월4일자 23면 보도)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정서적 학대를 인정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학교에서 교사가 제자에게 한 ‘막말’이 정서 학대로 인정된 첫 판결로 앞으로 교육현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피해 학생의 부모는 경인일보가 교사의 인종차별 사실과 피해 학생의 심리치료 과정 등을 5차례에 걸쳐 보도한 내용을 법원에 중요한 참고 자료로 제출,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지귀연 판사는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정신 건강을 해치는 말을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이모(52·여)교사에 대해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지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교육자로서 우리 사회가 포용하고 함께 걸어가야 할 다문화가정 어린이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준 사실이 인정된다”고 유죄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깊이 뉘우치고 있고, 초범에 피해자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담당 검사는 곧바로 항소했다. A양의 어머니가 “이 교사가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고, 사과를 받은 적도 없다”며 판결에 불복했다. A양의 어머니는 엄한 처벌을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법정기록을 요청해 캐나다 대사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은 학교에서 교사가 제자에게 한 ‘말’이 정서적 학대로 인정된 최초의 판결로, 그동안 학교에서 공공연히 벌어졌던 교사의 가벼운 욕설, 농담 등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담당했던 노생만 변호사는 “검찰시민위원회가 경인일보 보도를 접하고 다문화교육에 대한 사태의 심각성을 느껴 검찰에 약식기소가 아닌 불구속 기소 사건으로 송치할 것을 요청했다”며 “이번 판결이 학교에서 학생에 대한 접근과 교육방법 등에 대해 조심성을 갖출 수 있는 효시적인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시 장안구의 한 초등학교 담임인 이 교사는 지난해 5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A양(12·캐나다 이중국적)에게 “절반은 한국인인데 김치를 먹지 못하니”라는 등의 다문화 학생 비하 발언을 해 피해 학생의 부모로부터 고소됐다.

/김대현·김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