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증서 미끼로 투자 유혹
유명대학 前총장 이사 등재
정치인 사진 인맥과시 더해
안심 시킨후 수억원 가로채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전문회사인 JP모간이 발행한 것처럼 5천만 달러짜리 어음을 위조해 수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60대 남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 남성은 국내 유명 대학의 전 총장을 회사 이사로 등재하고, 유력 정치인들과의 인맥을 자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가정 주부인 이모(43)씨는 지난해 3월 부동산업자 기모(56·여)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기씨는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 일대(면적 6만6천여㎡)를 아웃렛으로 조성한다’며 이씨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아웃렛 조성에는 1천억원 이상이 필요해 투자금 확보가 불투명한 상태였지만, 기씨는 무려 5천만 달러짜리 어음을 보여주며 유혹했다.

기씨가 보여준 5천만 달러짜리 어음은 JP모간 체이스 필리핀 지점에서 발행한 것으로 돼 있는 ‘Bank Draft(일종의 어음)’로 가짜였다.

가짜어음의 주인은 외환업체 J사 대표 정모(65)씨로, ‘이 같은 증서(가짜어음)를 이용해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이씨를 속였다.

고민을 거듭하던 이씨는 서울 여의도 정씨의 사무실을 찾은 뒤 투자를 결심했다.

사무실 벽면에는 정씨가 PK 지역 유력 정치인 등과 찍은 사진이 걸려있었고, 기씨로부터 ‘정씨는 청와대도 들락날락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더구나 회사 이사로는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인 P대 전 총장이 등재돼 있었다.

결국 이씨는 ‘증서(가짜어음)를 발행받기 위해 45일 동안 사용할 4억원이 필요하다’는 말에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 모두 9차례에 걸쳐 4억1천여만원을 기씨에게 넘겼다.

하지만 이씨는 수개월간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지난해 10월 정씨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정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JP모간 체이스 등을 통해 어음이 가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수사과정에서 1억 달러짜리 가짜어음을 추가로 입수했다.

수원남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같은 혐의로 기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JP모간으로 부터 어음이 위조된 사실을 최종 확인받은 만큼 혐의는 입증됐다”고 말했다.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