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일 오후 1시께 포천 영평사격장과 불과 400여m 떨어진 영중면 영평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몇몇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공 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큰 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지만 하늘을 떠 다니는 헬기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도심지역 학교라면 자동차 소리도 시끄럽다며 방음벽을 설치했겠지만 포성과 헬기 소음으로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 받고 있는 이 학교 아이들을 위한 소음방지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시각 학교 상공에서는 3대의 헬기가 날아다니며 사격장 주변을 선회했다. 곧바로 벌컨포 사격이 시작된 듯 굉음이 들리자 아이들은 잠시 공놀이를 중단했다 다시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불과 30여m 앞 43번 국도에는 탱크와 포 운반용 트레일러 등 군용차량이 쉴새 없이 지나다녔다. 학생 일부는 걸어서 등·하교를 하지만 보행로조차 없어 아이들은 도로를 달리는 탱크 옆을 불안하게 지나다녔다.
수업 중인 교실에도 소음은 고스란히 전달된다. 3학년 이모(11)군은 “선생님은 애써 무시하라고 하지만 수업 중에도 포격소리 때문에 깜짝깜짝 놀란다”며 “시끄러운 소리가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영평초등학교 학생들이 사격장 피해로 고통받고 있다.
올해로 개교 107주년을 맞은 영평초등학교에는 병설 유치원생 9명을 포함해 총 72명의 학생들이 있다. 학원이 없는 농촌 마을이라 많은 아이들이 오후 늦게까지 방과 후 학습을 하고 있지만 밤까지 이어지는 소음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다.
학부모 김모(41)씨는 “밤낮없이 계속되는 소음으로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하다”며 “수십 년째 이어지는 소음피해에도 불구 지자체는 물론 군 당국도 마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무관심해 결국 아이들의 피해가 대물림 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학교 관계자는 “방음시설과 보행로 등 학생들의 피해를 줄일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예산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소한 아이들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라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훈·권준우기자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