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근에 사는 나에게 삼성전자는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은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기에 회사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이웃에게 전해 듣거나 소문으로 들은 내용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러던 2013년 4월께, 당시 동탄2동 주민자치위원장이던 내게 삼성전자와 지역사회의 상생과 안전을 위한 소통협의회가 구성되니 주민대표로 참여해 달라는 제안이 왔다. 삼성반도체가 대규모 산업시설이다 보니 내가 고장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직접 살펴볼 좋은 기회를 거절할 이유가 없어 소통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삼성전자가 주민과의 소통조직을 구성한다고 했을 때 주민과 기업이 정기적으로 모여 활동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소통협의회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가봐야 들러리만 서지 실질적인 활동은 어려울 것”이라는 비아냥도 들렸기에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만남이 시작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거듭될수록 걱정은 사라졌고 그동안 소문으로 듣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에 많은 것을 느꼈다.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다는 사실만으로 그 안에 뭔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을 것만 같았지만 그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소통위원들은 주민대표로 삼성전자와 정기회의를 하고 현장을 점검했으며, 삼성전자는 주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고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역사회가 더불어 발전하기 위해 고민을 나누는 광경을 보며 삼성전자가 진정한 ‘이웃’이 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불산사고 이후 인근 주민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궁금해하고 불안해한다는 의견에 이들을 회사로 직접 초청, 제조시설을 보여주고 대화를 통해 오해를 해소했다. 또 2013년 5월부터 현재까지 주기적으로 초청행사를 진행해 8천여명의 주민이 삼성반도체 공장을 시찰했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걸 알면서도 겨울철 공장 냉각탑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불쾌한 인상을 준다는 의견에 수년간의 연구와 수백억원의 투자를 거쳐 수증기 저감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던 사례에 이르기까지 소통위원으로서 느꼈던 삼성전자의 노력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소통협의회 2년간의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과 기업은 결코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체험했으며, 이러한 관계가 오래도록 이어져 삼성전자가 진정으로 주민과 가까운 이웃이자 믿음직한 친구로 자리 잡으리라 확신한다.
삼성전자와 화성시 주민들이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꾸준한 노력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조금씩 양보하는 여유를 갖고 경청하는 마음을 갖다 보면 지금보다 웃는 일이 더 많아지고 잘 통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김동원 삼성전자 화성 소통협의회 주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