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들의 절규 7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의 한 빌라 외벽에 ‘깡통주택’,‘끝까지 싸워서 우리 재산 지키자’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건물주가 금융기관에서 융자를 받은 뒤 이자를 내지 않고 잠적하자 신탁회사가 빌라 입주자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계양구 효성동의 G빌라 입주민 20여 가구는 2012년 11월부터 2천만~2천800만원의 전세금을 내고 이곳에 입주했다. 하지만 이 빌라의 건물주 이모(56) 씨가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한 금융기관으로부터 가구당 9천여만 원의 융자를 받은 뒤, 2013년 11월부터 이자를 내지 않고 잠적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자를 받지 못한 신탁회사가 올 1월 집을 비워달라는 명도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것이다. 현행법상 임차인은 2천200만 원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빌라 입주시 실질적인 건물주인 신탁회사로부터 전세계약동의서를 받지 않아 법적으로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계약 당시 분양사무소에서 “건물주가 신탁회사에 관리를 맡긴 것이므로 계약은 건물주와 하되 신탁회사의 동의만 받으면 된다”고 해 신탁회사에 전화로 구두 동의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입주 이후에도 신탁회사에서 서면 동의서를 받은 주민은 한 명도 없다.
이에 건물주 이씨가 돌연 잠적하자 신탁회사는 동의서가 없는 20가구를 ‘불법 점유자’라며 명도 소송을 낸 것이다.
용달차 기사인 김모(53)씨는 “평생 모은 전세금을 빼앗기고 길거리로 내몰릴 판”이라며 “사기를 당하고 구제받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모(34·여)씨는 “월수입 110만 원으로 어린 아이와 살고 있다”며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울먹였다.
명도소송을 당한 6가구는 지난 6월 법원에서 패소, 재판을 앞둔 입주민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건물주 이씨를 비롯한 계약 관계인들은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신탁회사 측은 건물명도 소송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신탁회사 측은 “입주민들의 동의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어떤 것도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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