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옹진 인천20년 보석을 다듬자

[강화·옹진 인천20년 보석을 다듬자·29] 옹진의 천연기념물

‘구석구석 볼수록 매력 ‘인천의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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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담수호 만들면서 사곶사빈 큰 훼손
연화리 무궁화도 관리 못받아 시들
백령도 물범, 개체수조차 파악 못해
관심부족 탓 소중한 유산 사라질 판

고운 모래 들어찬 백령도 사곶사빈
비슷한 지형은 이탈리아 나폴리뿐
소청도 석회암등 지질학적 큰 가치
市 14개 천연기념물 중 8개나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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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진군에는 인천지역 천연기념물 대부분이 몰려있다. 문화재청에서 우리 고장 문화재를 검색해보면 인천에 14개 천연기념물이 있고, 이 중 8개가 옹진군에 있다. 인천의 문화재로 검색이 안 되는 천연기념물 ‘점박이 물범’ 주 서식지가 백령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옹진군의 천연기념물 밀집도는 더 높아진다.



이들은 섬의 가치를 높여주는 소중한 존재지만 관심 부족 등으로 인해 예전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어 아쉬움을 준다. 경인일보 취재진은 지난 5~9일 백령도 지역을 중심으로 옹진군의 천연기념물을 관찰했다.

# 관심 부족 속 망가져가는 보물들

백령도 사곶사빈은 예전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규암가루가 평평하게 깔렸던 해변 곳곳이 울퉁불퉁하다. 일부 해변의 모래는 손으로도 쉽게 파였다. 모래의 밀집도 등이 약해진 탓에 벌어진 현상인데 이 때문에 예전과 같은 천연비행장 역할도 할 수 없게 됐다.

사곶사빈이 망가진 원인으로 이곳 주민들은 공통되게 인근의 담수호를 지목했다. 서해5도에서도 식량 자급자족을 하겠다는 취지로 농경수를 확보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주변에 둑을 쌓고 담수호를 만들었는데, 그 뒤부터 이곳 해변이 망가진 것이다.

더구나 담수호에도 바닷물이 들어와 염도가 높은 탓에 농업 용수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2곳밖에 없는 백령도의 소중한 보물을 망쳐놓고 농수마저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5일에는 이곳 담수호를 다시 사용하겠다며 개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포클레인이 해변의 모래를 퍼서 한 곳에 쌓고 있었는데, 현재 이뤄지고 있는 공사로 이곳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 지가 걱정됐다.

백령도를사랑하는모임 심효신 회장은 “백령도 사람으로서 군부대나 정부에서 하는 것들을 보면 기가 막힌다”며 “예전 그 아름답던 해변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백령도가 주 서식지인 점박이 물범은 현재 개체 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1년에 2차례 모니터링 조사를 나오지만 하루만에 육안으로 관찰하면서 이들이 제대로 보존되고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 국화로 유일한 천연기념물인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찾은 무궁화는 곳곳이 썩어 있었고, 썩은 부분을 도려내 시멘트로 발라놓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재청에서도 무궁화 관리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무궁화 줄기 지제부와 시멘트 계단이 인접해 있다. 무궁화 수관부 일부는 이곳 옆 교회 철탑에 맞닿아 있다. 게다가 무궁화 바로 옆 교회는 지축 일부가 갈라지는 등 붕괴 위험에 놓여있기도 하다.

옹진 신도 노랑부리백로와 괭이갈매기 번식지의 경우도 개체 수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1989년 이곳에서는 노랑부리백로 어미가 250마리, 둥지 363개가 관찰됐는데, 1999년 이후에는 더 이상 번식하지 못하고 있다.

괭이갈매기의 경우도 1989년 약 4천마리가 있었지만 2001년 2천830마리, 2006년 1천600마리로 감소했다.

백령도 콩돌해안의 경우도 예전에는 이곳 인근 마을까지 콩돌 천지였지만 외부에 돌을 대량으로 판매하면서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최효연(64)씨는 “콩돌해안 옆 마을에서 살았는데 마을까지 곳곳에 콩돌이 쌓여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외부로 장식 재료나 건축자재 등으로 팔면서 더 이상 주변에서 콩돌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 인천의 보물 옹진군

▲ 천연기념물 제391호 백령도 사곶사빈. 백령도 지반을 이루고 있는 규암이 부서져 만들어진 고운 모래로 이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의 지형과 지질이 유사한 곳은 전 세계적으로 이탈리아 나폴리밖에 없다.
▲ 천연기념물 제391호 백령도 사곶사빈. 백령도 지반을 이루고 있는 규암이 부서져 만들어진 고운 모래로 이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의 지형과 지질이 유사한 곳은 전 세계적으로 이탈리아 나폴리밖에 없다.
지난 5일 천연기념물 391호 백령도 사곶사빈에 갔다. 이곳은 백령도 지반을 이루고 있는 규암이 부서져 만들어진 고운 모래로 이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의 지형, 지질과 유사한 곳은 전 세계적으로 이탈리아 나폴리밖에 없다.

드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만들어내는 모습 자체가 장관이었다. 섬 특성상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마치 나만의 바다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백사장이다. 일반 모래가 아닌 입자가 매우 작은 규암 가루가 두껍게 쌓인 탓에 걸어도 파이지 않는다.

지표면이 단단하다 보니 한국전쟁 당시 UN군의 천연비행장으로도 활용됐다고 한다. 신발을 벗고 해변을 걸으면 고운 입자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이날은 백사장 위를 트럭이 달리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백령도 박창옥 문화해설사는 “1980년대에도 마을 주민들이 아프면 공군 수송선이 사곶해변에서 이륙해 기지인 오산에 가기도 했다”며 “여기서 해수욕을 하면 고운 입자 때문에 일주일이 지나도 피부에서 가루가 떨어져 나가지 않아 반짝반짝했다. 아무리 씻어도 가루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곳은 백령도 주민들의 각종 추억의 장소다. 이곳 모래를 이용한 구운 감자는 별미다. 철제 통에 감자와 이곳 모래를 차곡 차곡 쌓은 뒤 불 위에 올려놓으면 감자 전체가 골고루 구워진다.

이곳 주민 박정일(40)씨는 “고운 모래가 열을 그대로 전달해 감자가 매우 맛있게 구워진다”며 “백령도 주민에게 이곳 해변은 여러 추억이 있는 장소다”고 했다.

백령도에 또 다른 천연기념물 콩돌해안(천연기념물 392호)은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해안을 따라 콩돌이 빼곡한데, 각각 돌의 무늬와 색깔이 다르다.

오랜 세월 백령도를 이루고 있는 규암이 해안 파도에 닳기를 거듭하면서 잔자갈이 만들어진 것인데, 형형색색의 돌들은 해안을 아름답게 만든다. 한 주민은 이곳에 소주병을 던져놓으면 나중에 둥근 모양의 파란 보석이 되어 돌아온다고 말했다.

천연기념물 331호인 점박이 물범의 주 서식지도 백령도다. 우리나라 동해·서해·남해 일원에서 점박이물범 개체가 관찰되지만 극소수다. 주로 서해 백령도에 집단으로 분포한다.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신도의 노랑부리백로와 괭이갈매기 번식지도 천연기념물 제360호로 지정돼 있다.

옹진군 섬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식물도 있다. 옹진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천연기념물 제521호)는 남한 최초의 자생교회로 불리는 중화동 교회 계단 옆에 위치해 있다.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은 이 나무가 유일하다. 무궁화는 보통 50년을 사는데 이곳의 수령은 100년을 넘겼고, 국내에서 가장 크다.

인천 대청도에는 동백나무 자생북한지(천연기념물 제66호)가 있다. 이곳은 현재까지 알려진 우리나라의 동백나무 자생지 가운데 가장 북쪽에 해당돼 학술적 가치가 높다.

동백나무 자생지가 있는 곳은 이 섬에서 가장 높은 삼각산(343m)의 서쪽 능선과 남서방향 능선 사이 남동향 산비탈이다. 북서방향이 막혀 있어서 겨울철의 북서 계절풍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덕에 이곳에서 자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옹진군 섬에는 특히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 많다. 소청도에는 선캄브리아누대에 퇴적된 것으로 판단되는 퇴적암류와 스트로마톨라이트를 포함하는 회색 석회암(천연기념물 제508호)이 분포한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생물체(박테리아·미세조류) 활동에 따라 형성되는 다양한 생물퇴적구조를 의미하는데,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내 박테리아화석은 국내 최초이며, 가장 오래된 화석(원생대 후기, 6억~10억년 전)이라는 지질학적 의미를 갖는다.

남한에서 선캄브리아누대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산출된 것은 소청도가 유일하다. 소청도에 있는 석회암은 이처럼 지질학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해양 경관을 우수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하얀색 대리암으로 만들어진 분바위는 옛날 규방 여성들의 화장품이었던 흰 분가루와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백령도 진촌리 하늬해변에는 천연기념물 393호인 감람암 포획 현무암 분포지가 있다. 이곳은 지구 내부 구성물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약 500만년 전 마그마가 분출할 때 지하 심부의 맨틀을 구성하는 주요 암석인 감람암이 용암 속에 ‘포획’돼 지표면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현무암 속에 노란 빛깔의 감람석을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다.

백령도 남포리에 습곡구조도 천연기념물로 507호다. 남포리의 명물인 용틀임바위 건너편 해안절벽이다. 전국적으로 이곳과 같이 큰 규모의 습곡 및 단층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 경우는 드물다. 이들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한반도의 지각발달사를 규명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된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 · 사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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