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리플 러츠 등 우월한 기술력
‘포스트 김연아’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피겨 샛별이 등장했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은퇴로 아쉬움이 컸던 국내 피겨 팬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인천 선학국제빙상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도지훈(12)이 그 주인공이다. 그를 지도하는 조성만 인천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피겨 꿈나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 전무이사는 30년 가까이 피겨 지도자로 활동 중인 베테랑이다. 그의 눈에 쏙 들어온 도지훈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최근 2015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파견 선발전도 어려서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빙판 위의 도지훈을 본 이들이라면 이 아이가 진짜 초등학생인가 싶을 것이다. 키는 벌써 162cm까지 컸다. 긴 팔과 다리에서 나오는 우아한 동작, 그리고 어린아이답지 않은 표정 연기를 보면 비전문가라 할지라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기술도 좋다고 한다.
조 전무이사의 표현대로라면 트리플 러츠 등 기술력도 시니어 못지 않다. 특히 시원한 점프와 비거리는 김연아를 연상케 한다.
빙판 밖에선 수줍음 많은 영락없는 초등학생 소녀였다. 주위의 큰 기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얼굴이 발그레해지며 한 참이나 입을 떼지 못했다.
도지훈은 지난해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전까지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1년 새 키도 실력도 부쩍 자라난 도지훈은 올해 초 5학년 자격으로 출전한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피겨 여초부 싱글B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그 무대를 지켜본 피겨 관계자 등은 A조에 뛰어도 부족하지 않은 선수가 왜 B조에 있는지 의아해 했을 정도라고 한다.
언론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도지훈은 쑥스러운 듯 마지못해 작은 목소리로 “김연아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도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린 이 아이가 훗날 김연아처럼 전 세계를 호령할 피겨 스타로 성장할 수 있을 지 기대가 크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