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라는 그림자에 갇힌 삶
‘미생 성대리’ 태인호 캐스팅 눈길
범죄자 가족에 대한 인권메시지

감독 : 손승웅
출연배우 : 태인호, 이상희, 김근수
개봉일 : 9월 10일
116분/청소년 관람불가/드라마·범죄

‘살인자’나 ‘성폭행범’의 꼬리표는 당사자에게만 붙지 않는다. 연좌제는 사라졌지만, 범죄자의 가족들은 여전히 큰 멍에를 지고 살아간다.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의 매몰찬 시선과 편견을 감내해야만 한다. 이들은 대부분 원래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버지가 성범죄자라는 사실이 신상정보 공개로 드러나면서 아들이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영화 ‘영도’는 연쇄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참한 운명을 살게 된 영도(태인호)가 살해된 부모의 복수를 하겠다고 찾아온 여인 미란(이상희)을 만나게 되면서 인생의 변화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도’는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실제 영화 촬영의 주요 배경이기도 했던 영도는 부산 남포동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있는 섬이다. 오직 다리를 통해서만 세상과 연결되는 영도의 ‘고립성’은 범죄자의 아들로 태어나 연쇄 살인마 아버지의 그늘 속에서 슬픔과 분노로 살아가는 영도의 모습과 닮았다.

영도(影島)라는 이름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그림자 섬’으로, 아버지라는 그림자에 갇혀 사는 영도의 삶과도 일치한다.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미생’에서 ‘성대리’역을 맡아 눈도장을 찍은 배우 태인호가 영도 역에 캐스팅됐으며, 영도에게 유일한 힘이 돼 주는 톡톡 튀는 감초 역할의 죽마고우 꽁 역은 배우 김근수가 맡았다.

연출을 맡은 손승웅 감독은 연쇄 살인마 유영철과 강호순이 자신의 자녀를 끔찍하게 아꼈던 사실에 주목, ‘그들의 자녀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영화의 모티브로 삼았다. 그동안 범죄자나 피해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풀어내거나 사건 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많았다.

하지만 범죄자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관점으로 영화를 풀어간다는 점은 참신하다. 이 영화에서는 범죄자의 가족을 똑같은 범죄자로 모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며, 은연중에 침해당하고 있는 이들의 인권에 관한 메시지도 던지고 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