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화제와 루머속에 개봉되는 「용가리」(17일 개봉)는 심형래 감독의 이전 영화들보다는 한단계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심형래 감독의 야심에는 회의를 품게한다. 14일 시사회를 통해 완성판이 공개된 「용가리」는 칸영화제에서 외국인들이 데모필름을 보고 「킥킥」거렸다는 얘기가 결코 루머가 아님을 드러냈다.

배우들의 연기, 드라마, 특수효과등 대부분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일단 주연으로 기용된 외국배우들의 어설픈 모습이 쓴웃음을 짓게한다.

헤리슨 영, 리차드 B.리빙스톤등 조연급 할리우드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토막」같다. 1백억원의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면서 좀 더 괜잖은 배우들을 기용하든지___. 눈에 거슬리게 아쉬운 부분이다.

드라마나 특수효과 또한 헛점이 많다. 휴즈박사, 캠벨박사등은 우랄산맥에서 용가리 화석을 발견한다.

2년후 캠벨박사를 중심으로 화석발굴이 진행되고 사라졌던 휴즈박사가 나타나 용가리가 부활, 지구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 순간 외계 우주선이 거대한 빛을 내뿜고 용가리가 부활한다.

이런 도입부는 개연성도 있고 특수효과도 그럴듯하다. 문제는 불을 내뿜는 용가리와 미국 군대간의 싸움이 시작되는 부분부터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특수부대는 「인간 로켓티어」를, 절단된 다리위를 건너뛰는 버스는 「스피드」를 연상시키는등 곳곳에서 할리우드 흥행영화의 주요장면을 패러디한 흔적을 감추지 못했다.

특수효과 역시 용가리가 불을 내뿜는 장면등 몇몇 부분에서는 진일보한 면을 보여주지만 대체적으로 합성한 흔적을 지우지 못했다.

특히 용가리와 인간이 같이 등장하는 장면의 경우 융화되지 못하고 따로 논다. 전투장면도 성냥갑같은 빌딩들이 무너져내리고 군대와 용가리가 대치하는 장면의 반복이다.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들이 하나같이 빗나간다든지, 머리부분의 다이아몬스에 공격을 받은 용가리가 갑가지 온순해지더니 또 다른 외계괴물에 대항, 지구를 지킨다는 설정은 결정적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트렸다.

심형래 감독은 테크놀러지적으로 완성도를 높이는게 제작비나 기술면에서 한계가 있다면 드라마쪽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SF영화의 수준을 가늠하는 무게중심은 테크놀러지쪽보다는 무한한 상상력쪽에 있기 때문이다. 어쨋든 SF영화에 대한 심형래 감독의 집념은 평가받을만 하지만 「세계정복」따위의 「공약」은 아꼈어야 했다.

관객들의 수준을 감안, 최소한 할리우드 B급 영화를 능가하는 실력과 기술을 갖춘 뒤에 「공약」을 내놔둬 충분하다.
/金淳基기자·island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