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간 사극 출연제의가 거의 없었어요. 자신도 없었구요. '허균'이란 인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겨 출연을 결정했죠. '허균'이 아니었다면 이번에도 (출연을) 망설였을 겁니다.”
 오는 18일부터 매주 수·목요일 밤 9시50분 방영되는 KBS 2TV 특집기획 드라마 '천둥소리'를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하는 최재성(36)이 밝히는 출연결정 동기다.
 84년 KBS '고교생 일기'로 데뷔한 그는 '사랑이 꽃피는 나무'와 영화 '외인구단'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에도 '여명의 눈동자' '두려움 없는 사랑', 영화 '장미빛 인생' 등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그러나 데뷔 시절부터 줄곧 그를 따라다닌 '터프'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터프가 뭔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맡은 역은 어떤 사건에 휘말려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 인물일 뿐 역 자체가 터프한 인물이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그러면서 '소박하고 비도시적이며 시골스러운 게 내 이미지일 뿐'이라고 덧붙인다.
 그가 이번에 맡은 역할은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저자로 잘 알려진 '허균'이다.
 허균은 당대 최고의 명문가에서 태어났으며 천재적인 문재를 지녔지만 유교질서를 거부하는 언사와 행동으로 번번이 관직에서 파직당하고 결국 반정을 꾀하다 형장의 이슬이 된 인물. 그는 '호민론'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백성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유재론'에서는 신분에 따른 인재등용을 비판하며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사람이 버리는 것은 역천(逆天)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사상을 지니고 있었다.
 '천둥소리'는 그간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던 그의 혁명적·자유주의적 사상을 새롭게 자리매김해 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된 드라마다.
 “허균이라는 인물도 그렇지만 사극은 처음이라 당연히 부담이 돼요. 대사의 톤이라든가 자세라든가…하지만 부담을 느낀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까 현장에서직접 부딪히며 허균의 인간적인 면모에 접근해 나갈 생각입니다.” 사극에 처음 도전하는 최재성의 각오다.
 “여명의 눈동자를 하면서 얻은 소득은 내 나름의 자신감입니다. 숫기는 없는 편이지만 연기에는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 드라마가 어떻게 될지 결과를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연기 자체를 즐긴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서민적인 캐릭터가 드라마틱한 인물보다는 더 좋다는 그가 과연 어떤 모습의 허균을 그려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