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 식민지시대의 현실을 그 나름대로 소설에 담으려 노력했던 인천의 작가입니다.”
지난 24일 인천작가회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희환(40) 인하대 국문과 강사는 엄흥섭이 인천과 연관성이 깊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강사는 “엄흥섭은 1926년대 진주에서 교원생활을 하면서 습작활동을 했다”며 “당시 인천을 오가며 문학청년들과 교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희곡작가) 진우촌을 중심으로 인천 문학청년들과 교류가 이뤄졌던 것으로 짐작된다”며 “어느 시기에는 인천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강사는 지난 2004년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학술지 '한국학연구'에 '엄흥섭과 인천에서의 문화운동'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인천의 문학운동사와 근대문화를 찾다보면 쉽게 만나는 이름이 바로 엄흥섭이었다. 그는 “해방 후 자료를 보면 대중일보의 엄흥섭을 알게 되지만 작가 엄흥섭과 연결이 안 된다”며 “그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엄흥섭을 연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을 배경으로 쓴 엄흥섭의 작품으로는 '새벽바다', '고민', '정열기' 등이 있다. 이중 '새벽바다'는 일제 식민지시대의 현실과 당시 인천의 모습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이 강사는 “이 작품은 일본인이 만들어 놓은 화려한 중심가와 조선서민들이 사는 뒷골목이 대조를 보이고 있다”며 “엄흥섭은 현실의 모순을 지적하는 소설을 왕성하게 썼다”고 설명했다. 또한 “30년대 후반에는 통속소설로 변화, 일제 말에는 친일적인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엄흥섭은 문학사에서 동반자 작가로, 통속소설을 쓴 작가로만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인천을 문화·소설적 공간으로 적극 탐구한 인천 문화운동의 숨은 주역입니다.”
이 강사는 “인천문화·언론에서 중심인물이 된 것을 보면 지역에서 숨은 활동이 있었을 것 같다”며 “글솜씨가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왕성하고 성실하게 활동한 작가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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