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책상에 남은 작품은 다섯이었다. 그 가운데 이현수의 '고풍을 찾아서'는 관념적인 문장, 부정확한 어휘 같은 것들 때문에, 은승완의 '금서 클럽'은 어색한 비유와 주제가 모호하다는 점 때문에 비교적 일찍 제외되었다. 문장은 소설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온전치 못한 문장으로 온전한 소설이 쓰여질 수는 없다.
 황시운의 '사마귀'는 문장도 단정하고 묘사력도 좋으나 인물 관계가 다소 상투적이고 억지스럽다는 지적이 있었다. 인물 관계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요소가 아닌가.

 박숙희 '개복숭아 나무'는 안정적인 문장으로 소녀와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미순이와의 관계를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호감을 주었다. 특히 소녀와 미순이 사이의 관계가 재미있었다.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에 관한 흥미롭기도 하고 매력적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고통스럽기도 한 탐색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마지막 선택에서 제외되었다.

 전윤희의 '아버지의 집'은 크게 새롭다 할 것은 없으나, 먼저 침착하고 단정한 문장이 작가에 대하여 신뢰를 품게 했고, 적절히 자리잡은 매력적인 비유가 호감을 주었다. 재혼으로 일찍 헤어져 임종할 기회도 없었던 아버지, 그후 돌연 나타난 이복동생 남매들, 아버지가 남긴 작은 유산을 싸고 벌어지는 갈등을 과장 없이 잔잔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묘사나 이야기 전개가 실감나고 흥미로웠다. 심사위원들은 큰 어려움 없이 '아버지의 집'을 당선작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소설은 문장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지만 거기 담기는 것은 단순한 문장이나 이야기 이상의 것, 즉 작가의 생각이다. 문장이나 이야기의 새로움도 중요하겠으나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작가의 생각, 그 생각의 새로움일 것이다. 정진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