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글쓴이의 특별한 체험을 오직 사실에 바탕으로 하여 적어나가는 수기와도 다르고, 또 허구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여 현실적 설득력을 잃어서도 안된다. 허구적 바탕 위에 현실적이고도 보편적인 설득력을 얻을 때 감동과 울림이 있다.

'안개별'(홍신영)은 우리가 살아가는 한 시대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그러나 선배와 이모부의 죽음이 한 실에 꿰어지지 않고 작품 안에서 서로 따로 노는 느낌이다.

'그 화려하고 참혹한 빛'(허윤실)은 우선 안정된 문장이 눈길을 끈다. 여자는 소아암으로 아이를 잃고, 어린 시절 언니에 대해 가졌던 살의를 떠올린다. 아무리 인과응보적 심정이라 하더라도 삽화도 억지스럽고 연결 자체도 억지스럽다.

'옥상'(김태우)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의 입장에서 자살의 유혹과 심리를 그리고 있다. 작품 끝까지 긴장감이 배어난다. 그러나 최근 소설 소재로 너무 익숙하고, 부분부분의 상황 또한 과장되어 있어 제외시켰다.

그렇게 보자면 당선작으로 뽑은 '곡비'(조여일) 역시 흠이 없는 게 아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남의 죽음에 가서 곡을 해주던 '곡비'였다는 설정부터가 현재 우리 삶의 시간으로 볼 때 다소 억지스럽다. 그럼에도 문장과 완성도에서 가장 앞서고, 죽음을 통한 한과의 화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무리없이 그려낸 이 작가의 역량을 더 크게 보기로 했다. 부디 정진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