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32바퀴나 돈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여행가 고 김찬삼 전 세종대 교수의 '세계여행문화원'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인천시 중구 중산동에 위치한 세계여행문화원이 인천 영종하늘도시(영종지구 578만평) 개발지에 포함된 탓에 이르면 연내 한국토지공사 인천지역본부에 수용돼 헐릴 예정이다.
26일 김 교수의 아들 장섭씨와 한국토지공사 인천지역본부에 따르면 김 교수가 영종도 영종선착장(구읍뱃터) 주변에 세계여행문화원 문을 연 것은 지난 2001년.
김 교수는 1992년, 당시 67세 나이로 실크로드와 유럽에 이르는 7만3천㎞ 대장정에 나섰다가 인도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그 뒤 고향 인천, 세계로 향하는 관문인 영종도에 와서 문화원을 세운 것이다. 문화원 부지는 자신이 쓴 책들의 인세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김 교수가 사망한 뒤로 문화원은 장섭씨가 운영하고 있다. 문화원은 현재 여행도서관과 야외 공연장 등으로 구성돼 운영 중이다.
도서관엔 김 교수가 1958년부터 30여 년간 전세계 160개국 1천여 도시를 여행하며 수집한 여행 관련 서적 2천여 권이 잘 보관돼 있다. 국내 여행가와 유명 산악인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김찬삼 세계여행'(전 10권)도 도서관에 있다. 김 교수의 문화원이 '우리 해외 여행사의 보고'라고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원은 영종하늘도시 근린공원 부지에 위치한 탓에 더 이상 운영이 어렵게 됐다.
토공 인천지역본부는 올 해 말부터 문화원을 비롯, 주변 땅을 근린공원으로 조성하는 공사에 착수한다. 토공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근린공원 조성을 위해 문화원을 헐어야 한다"며 "올 해 말 전체 영종하늘도시 공사가 시작될 때 문화원을 헐고 근린공원 조성에 나설 방침"이라고 했다.
장섭씨는 "문화원은 우리 해외 여행사의 시작인 아버지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으로, 문화적 가치를 지녔다"며 "시와 토공이 이런 가치를 고려해 문화원이 근린공원 안에 남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