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천상병 예술제가 지난달 28일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막을 올렸다.
그 동안 다른 예술제들과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끌었던 천상병 예술제는 올해도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창작뮤지컬 '귀천'이 초연되었으며 매회 행사마다 인기를 끌었던 '詩가 흐르는 천상음악회'는 다시 한 번 성황을 이뤘다.
한국의 중견 시인·화가들이 참여한 전시회와 학생·시민들이 동참한 천상백일장 또한 예술제의 분위기를 한층 돋웠다.
예술제가 시작된 당일 오전12시. 하얀 배꽃이 만발하는 수락산 자락에 위치한 천상병 시인의 산소에는 생전의 시인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로 자리를 꽉 채웠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영문으로 번역해 세계에 알리고 있는 서강대 안토니오 수사와 시인이 살아생전에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던 최형국 선생을 비롯, 여러 지인들과 행사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그들은 막걸리 한잔과 소주한잔을 들어 시인을 추모하고 그의 시세계와 삶의 태도를 되새겼다.
대학교 문예창작부에서 활동 중이라던 한 여학생은 "시인이 평생 가난하게 살았다고 들었는데 여기와서 묘지까지 소박한 것을 보고나니 안타까웠다"며 "평소 좋아하던 시인의 추모행사에 작게나마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천상으로 보내는 편지' 라는 제목의 특별 전시회에는 정호승, 신경림, 김남조 등의 시인과 이목일, 성륜, 박광호 등 화가 20여명이 참여해 직접그린 시화와 천 시인의 유품, 사진, 소장 작품들을 전시했다.

전시회 중간 중간에는 다양한 예술인들이 시인의 작품 세계와 관련된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전시회장을 찾아온 관객들이 직접 카드에 글씨를 써 시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사도 마련했다.
천상병 시인에게 카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젊은 층 특히 부모님을 따라 행사장을 찾은 학생들과 어린이들까지 포용하려는 주최 측의 노력이 엿보인 부분이었다.
극단 즐거운사람들이 공연한 창작뮤지컬 '귀천'은 천상병시인의 일대기를 표현한 기존의 극을 탈피한 형식을 취했다.
뮤지컬 귀천은 '동백림 사건' 을 기점으로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파괴된 천재시인과, 그를 고문한 박흥주라는 가상인물을 등장시켜 죽음, 용서, 사랑과 화해를 표현한 흥미로운 작품으로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극은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27곡에 이르는 창작곡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었고 배우들의 열연 또한 극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여주었다.

백일장이야말로 '시인'이라는 타이틀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며 고인을 기릴 수 있는 시민참여 문화프로그램으로이었다. 백일장과 함께 시인의 삶과 시 세계를 조명한 젊은 평론가들의 평론집 출판 기념회, 시집판매 등의 부대행사도 함께 열려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예술제의 마지막을 장식한 '詩가흐르는 천상음악회'는 4회째를 맞는 예술제에서 핵심 순서로 자리 잡았다.
연극배우 강애심, 장두이가 사회로 나섰고 포크듀오 나무자전거의 기타선율로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정옥희와 안토니 수사의 시 낭송, 아카펠라 그룹 '아카시아', 퓨전 국악팀 '뮤지꼬레'의 화려한 공연이 펼쳐졌다. 아카펠라 그룹 아카시아는 천 시인의 시 '다음'을 노래로 만들어 이날 첫선을 보였다.
공연의 압권은 타고난 소리꾼 장사익의 공연이었다. 그는 무반주로 천상병 시인의 대표시 '귀천'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로 불렀으며, 우리 고유의 가락과 가요의 애절한 정서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한편 행사를 주최한 경기문화재단에서는 "천상병 문학관을 건립할 예정에 있으며 다음 행사부터는 예술제와 천상병문학제를 통합해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혀 해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천상병 예술제가 앞으로 지역 축제의 선봉으로 자리잡을 것이 기대된다. /청소년문화기자 김동균(수원대 중문과3)·이은정(수원대 국문과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