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청객'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은행원 남편이 불시에 집에 들러 점심을 먹으면서 굳게 잠긴 안방문과 가슴이 살짝 비치는 옷을 입은 아내를 의심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백주 대낮에 굳게 잠긴 안방문을 끝내 열어보지 못한 채 남편은 때마침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데리고 황급히 집을 나온다. 자신이 한때 바람을 피운 내연녀의 가정을 깬 경험이 있는 남편의 심리와 파괴에 대한 욕망과 그것을 절제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이중적인 모습이 잘 드러난 좋은 작품이었다.
'내 사랑 타워크레인'은 고아원에서 자란 남자가 어릴 적에 헤어진 쌍둥이 누이를 찾는 이야기다. 공중에 높이 뜬 타워크레인 안에서 할 일이란 쌍안경으로 다른 사람의 거실을 훔쳐보거나 라디오를 듣는 일밖에 없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생활을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재치 있게 꾸리는 솜씨가 돋보였다. 그러나 주제에 맞물리지 못하는 타워크레인에 대한 묘사가 많았고, 주인공의 과거가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하여 단편으로서의 균형을 깨트렸다.
'마디'는 시신의 얼굴을 화장해주는 직업을 가진 여자의 이야기다. 특이한 소재를 치밀한 묘사로 차분하게 서술해 나간 작품이다. 주인공은 교통사고를 당해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포기하고 장례지도사를 택한다. 현재 여자가 황폐한 내면을 갖게 된 원인이 진부하게 묘사되어 단편으로서의 세련미가 떨어졌다. 여자는 알고 지내던 남자의 화장을 마치면서 자신에게서 빠져나간 삶의 의미를 깨닫는데, 깨달음의 빌미를 준 남자의 생애 또한 평면적이라 아쉬웠다.
당선작으로 뽑힌 '터틀넥스웨터'는 안정된 문장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장애를 가진 여자의 원초적 욕망을 외면하지 않고, 인간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감싸안으려는 따뜻한 작가의 시선이 돋보였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정진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