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소속 일부 인사들이 인천시 등으로부터 '집단 향응'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인수위 일부 인사들이 접대를 받은 강화도의 모 장어음식점 내부. /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대통령직 인수위의 '장어 향응 파문'과 관련,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인수위와 인천시의 잇단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구석은 여전히 많다.

■ 의혹의 핵, 장어값 신용카드 결제 과정
인수위와 인천시는 참석자들이 189만원 어치를 먹고 이를 인천시 법인카드로 냈다고 18일 밝혔다. 시 카드를 쓴 것은 박창호(자문위원) 교수의 개인카드 한도액이 초과돼 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고, 박 교수는 다음 날인 16일에 본인 소속 학회카드로 다시 정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어 향응이 벌어진 식당 측의 얘기는 이와 다르다. 박 교수가 15일에 계산을 하려 했는데, 한도를 넘어 결제하지 못하고 다음 날에 다시와 했다고 식당 주인은 설명했다. 외상을 한 뒤 다음 날 갚았다는 얘기다. 식당 주인은 인수위와 인천시의 발표를 몰랐기 때문에 18일 경인일보 취재에 그렇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 식당 주인의 이런 태도는 박 교수와 말을 맞췄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향응이 있었던 당일인 지난 15일 오후부터 경인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인수위와 인천시는 대책회의를 갖기 시작했고 박 교수 개인의 일로 몰아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박 교수는 다음 날(16일) 문제의 식당으로 가 사정을 설명하고 입을 맞췄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인천시도 첫 보도가 나간 18일 오전에만 해도 식당예약과 대금정산 문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었다. 그러다 오후가 돼서야 '시 법인카드로 당일에 결제했었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이 문제는 사법기관의 수사가 있어야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왜 강화였나
이 달 초 박 교수는 '인수위와 인천시와의 간담회' 계획을 안상수 시장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안 시장은 인수위 관계자들을 송도갯벌타워로 안내해 경제자유구역 상황을 설명하고, 식사도 그 곳에서 할 것을 주문했다고 인천시는 밝히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박 교수는 왜 송도가 아닌 강화를 향응 장소로 잡았을까. 시간 관계상 송도보다는 강화 쪽이 가깝기 때문이라고 시는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수위에서 송도보다는 강화를 선호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 교수는 평소에도 문제의 장어집을 자주 들렀다고 한다. 이는 주변 장어집 중 이 집에서만 강화 특산물로 부상한 '강화 갯벌장어'를 팔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화갯벌장어는 일반 장어보다 2인분 기준으로 1만원이 더 비싸다. 또 강화 쪽이 아무래도 외부인의 시선을 피하기에 용이한 점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관측도 가능하다.

■ 왜 모였나
인수위는 대변인 브리핑에서 장어 향응을 받은 32명 중 인수위 관계자는 9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박 교수와 친분이 있던 연구자들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 왜 인수위와 일반 연구자, 인천시, 강화군 관계자들이 한꺼번에 모였을까.

정권에 줄대고자 하는 모두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박 교수도 나름의 '역할'을 해 인천시와 MB 정권에 자신을 각인시키려 했고, 시도 향후 '정권 실세'들과 가까이 해 손해볼 게 없다는 판단을 했기에 이번 모임이 성사됐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