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CEO였다. 전형적인 개발론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일까.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목을 매고 있다. 물론 대선 때 중요 공약 중의 하나였다는 점에서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대운하 때문에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의 고지지율은 좀 특별한 정치적 환경, 즉 지지할 사람이 없어서, 흠결은 많았지만 할 수 없이 찍었다는 사실이다. 왜냐,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황구(yellow dog)가 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점을 읽어야 한다. 이런 증거는 여론에서도 잘 나타난다. 현재 국민들의 60% 이상이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만일 한반도 대운하가 만들어진다면 '역사교훈여행(dark tourism)'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대목에서 너무 좋아하지는 마시라. 교훈이란 말이 의미하듯 부정적인 쪽에서다. 대운하 사례를 통해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갖는 것인지에 대한 살아있는 교과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보다 좋은 교육관련 다크 투어리즘 자원이 어디에 있겠는가.
얘기를 좀 더 진행시켜 보자. 집중호우에 의해 홍수가 발생한다. 운하 주변이 상시적으로 침수되기 시작한다. 하상관리도 점점 어려워진다. 사례는 또 있다. 상류에서 선박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오염된 하천수가 한강 전역으로 확산된다. 음용은 물론 공업용수까지 공급이 중단된다. 낙동강 페놀오염,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그 동안 일정 부분 역할을 해 왔던 물류망으로써의 기능도 해상 및 육상교통에 의해 경쟁력을 잃어간다. 유지관리 비용도 점차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다. 마침내 한반도 대운하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드디어 학생들이 교육여행을 떠난다. 마치 죽은 괴물처럼 늘어져 있는 대운하를 보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다. 개발 우선에 따른 포용한계점(threshold)의 초과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에 대해 실감하게 된다. 바로 이런 것이다. 물론 실패한 대운하를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환경에 무지했던 '환경백치'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환경보호는 온 인류의 과제다. 그것은 공동의 보편적인 의무, 곧 공동선을 존중할 의무의 문제다. 공동선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며, 생명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동물, 식물, 자연요소 등-다양한 종류의 사물을 인간이 자기의 원대로만, 자기의 경제적인 필요에만 의거하여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생물의 다양성은 온 인류를 위한 놀라운 부요이므로 책임감 있게 다루고 적절하게 보호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66항)
참고로 '다크 투어리즘'이란 재난과 참상을 보며 교훈을 얻는 관광을 의미하지만 환경파괴 등을 포함하는 더 넓은 의미로 확장하여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