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예상대로 해를 넘겼다. 지난 연말 국회 통외통위에서 쇠망치와 전기톱·분말소화기 등이 등장해 아수라장을 만들어 국제적 망신을 당하더니,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로 '싸움질' 정국을 계속하며 새해 첫날을 맞았다. 더이상의 후퇴는 없다는 한나라당이나, 비상식량을 조달하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민주당이나 언제까지 '그들만의 전쟁'을 벌이며 나라를 망치는 게임을 더 하려는지 답답하기 그지 없다. 국민들은 하루조차 버티기 힘들다며 아우성인데 민생법안 처리는 제쳐두고 여야가 자당 이기주의에 빠져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그저 마주보고 달리고만 있다. 한나라당은 거대 여당임에도 이제까지 제대로 한게 없다는 인식이, 민주당은 한번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이 이같은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국민의 상식으로 용납되지 않는 소모적인 전투를 빨리 접어야 한다. 그리고 조속히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야가 한발짝씩 양보해 최선책을 찾으려 노력하고 찾지 못하면 차선책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안된다면 최악만은 피해야 한다. 자칫 자존심 싸움을 벌이다가 시기를 놓치면 파국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최악의 상황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중대 시점에 와 있음을 정치권은 깨달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85개 법안중에 야당을 포함, 국민 사이에 찬반 논란이 뜨거운 법안을 특정 시한내에 모두 통과시키겠다는 집념을 거둬 들이고 국민 설득과 대야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민주당도 '너 죽고 나 죽자'식의 벼랑끝 대치법을 고집스레 계속하지 말고 경제살리기와 예산관련 법안을 비롯해 우선 처리해야 할 법안과 협의가 더 필요한 법안, 그렇지 않은 법안 등에 대해 타협의 우선순위를 정해 한나라당과 진지하게 대화할 것을 주문한다.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도 위기극복이 가능할지조차 모르는 불확실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정치권도 제발 새해에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성숙한 모습으로 국민에게 조그만 희망이라도 줘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에게 고통만 안기는 여야의 행태에 국민이 얼마만큼 분노하고 있는지 그들이 모를리 없다. 여야 대치속에 국회가 장기공전이라는 '수렁'에 빠질 경우 한국은 걷잡을 수 없는 위기와 국민의 심판이라는 엄청난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