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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거대 복합 미디어 기업들은 세계 미디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미디어 빅뱅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미디어산업은 이 미디어 빅뱅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국내 미디어산업은 신문과 방송, 방송과 통신을 구분하는 각종 규제에 묶여서 복합미디어기업의 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미디어법안은 규제에 발목이 잡힌 1980년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2009년이다.
미디어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쟁력과 차별화된 콘텐츠 그리고 기술역량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 효율적 비용 구조를 갖춰야만 한다. 이번 미디어 관련법은 1980년대에 발목 잡힌 미디어산업에 경쟁력의 날개를 달고자 하는 법안이다. 미디어 산업의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미디어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파이를 키우는데 초점을 맞춰 IT 강국이라는 장점을 살려 미디어 산업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디어 관련 법안은 정쟁에 발목이 잡혀 그 날개가 꺾여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동안 두터운 진입 장벽을 쌓고 독과점에 길들여진 지상파 방송사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태풍에 가장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광고 시장이 축소되자 대안 없는 제작비 감축이라는 극약 처방을 택하고 있다. 방송 제작의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돈만 줄인다면 콘텐츠 질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하며,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전형적인 자사 이기주의다. 이대로는 방송사도, 우리나라 전체의 문화산업도 공멸할 것이다. 언제까지 미디어 빅뱅의 거대한 조류에 대해 눈을 감을 것인가?
OECD 국가 중 10개 국가는 조건없이 겸영을 허용하고 있고, 나머지 국가들도 시장점유율 등 일정한 조건 하에 겸영을 허용하고 있으며, 일간신문과 지상파방송의 겸영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다매체·다채널 시대로의 진입, IPTV 등 신규매체의 등장, 인터넷 이용의 활성화 등과 같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특정 미디어가 여론을 지배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최근 신문의 영향력은 감소하는 반면, 지상파 방송과 인터넷 포털이 매체 영향력에서 신문사를 앞지르고 있는 등 오히려 지상파 방송과 인터넷 포털의 여론 독과점을 우려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뉴스채널이 등장하는 것은 시청자의 선택권을 넓혀줄 것이며 쌍방향에 기반한 매체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궁극적으로 여론의 다양성을 가져올 것이다. 여론독과점방지를 주장하면서 기존 뉴스채널 외에 새로운 뉴스채널이 생길 수 없도록 폐쇄체제를 유지하자는 것은 모순이다.
이제는 시청자와 국민에 대한 방송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신문사가 가지고 있는 뉴스 콘텐츠 제작 노하우나 기획역량, 취재역량, 취재네트워킹 등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IT 시대에는 한 달이 늦으면 1년이 늦어지고 1년이 늦어지면 10년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늦어지면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이것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안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새 미디어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새 날개를 달아주어 높이 날아오를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