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식 (사회부차장)
너무나 극적이고, 그래서 더 안타까웠던 죽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렇게 국민들과 이별했다.

오늘, 노 전 대통령은 수원 연화장에서 한 줌의 재로 자연으로 돌아간다. 한 번쯤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었으면 했던 그동안의 바람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전례가 없는 대통령의 화장, 그래서인지 화장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너무나 아리기만 하다.

끊임없는 이슈의 양산과 거침없는 발언으로 노 전 대통령은 생전, 국민들 사이에서도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했다. 재임중에는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만 갔었다. 또한 퇴임후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인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달려가던 몇 주 전까지만해도 국민 일각에서 느끼는 배신감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 앞에서 이 모든 감정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검찰과 언론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 모두 '진실'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이 꼭 '진실'을 의미한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며 시작한 유서에서 그를 짓누르고 있던 처절한 고뇌와 고통을 느낄 수는 있다.

검찰이 언론을 통한 '흘리기식' 수사 대신 좀더 신중히, 그리고 신속히 방침을 정했더라면 형언할 수 없는 심정으로 부엉이바위에 섰을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노 전 대통령은 유서 말미에 이렇게 썼다.

과연 누구에게 한 말일까? 죽음을 결심한 뒤 자신에게 한 독백일까, 아니면 국민들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일까.

노 전 대통령 말고는 그 답을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용서와 화합'을 말했다는 것 뿐.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우리 사회는 폭풍전야의 위기 앞에 서 있는 분위기다. 현 정부와 검찰, 정치권이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비판과 비난의 칼날이 한편에서 번뜩이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남한의 슬픔은 안중에도 없는 북한이 전세계를 상대로 핵 게임을 하면서 지난 한 주간 국민 모두의 마음은 편할 날이 없었다.

오늘, 마침내 노 전 대통령은 한 줌의 재로 돌아간다. 생전 노 전 대통령을 좋아했던 이는 물론 좋아하지 않았던 이들도 모두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허름한 가게 의자에 앉아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던 모습의 그 대통령을 말이다.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말한 '용서와 화합'이 우리 사회에 노란손수건이 돼 전파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