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노무현 제16대 대통령이 영면하는 날이다. 고향 봉하마을 뒷산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져 자연의 한조각으로 돌아간지 꼭 일주일. 수원 연화장에서 고단한 육신을 벗는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옛말도 노 전 대통령에 이르러선 무색하다. 그는 지난 일주일,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쏟아낸 말 보다 더 많은 말을 했다. 그의 '서거'가 남긴 울림은 생전의 그것보다 훨씬 곡진했다. 생전엔 정적들은 물론 그의 지지자들마저도 폄훼하고, 조롱했던 그의 원칙과 감성들…. 지역주의 타파, 권위주의 혁파, 실용주의 외교, 분배정의, 서민지향적 감성, 위트와 유머! 이 모든 것들이 '바보 노무현'이기에 가능했던 가치와 감성으로 조명받았다. 범죄 혐의자로 그를 소환한 검찰이 책임을 강요당하는 모순에도 그저 침묵해야 할 분위기였다.

죽음의 강물로 정화된 노 전 대통령의 생전 행적은 검찰 조사를 받던 초췌한 모습을 남김 없이 지우고도 남을 정도로 강렬했다. 이런 마당에 그의 자살을 '무책임하다' 책망하자니 민망하고, '범법 혐의를 죽음으로 정면돌파한 자기애'라는 비판은 조심스러웠다. 그의 자살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도,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실감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슬픔을 정화시켜 그를 편히 보내는 일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이자 인지상정이라서다.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노 전 대통령이 그날 새벽에 남긴 말이다.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이라면, 그를 잃은 자리에 그의 원수를 찾아 세우는 일이 그의 마지막 유언에 합당한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여야 없이 정치인들은 그의 불행한 죽음이 남긴 의미를 가슴 깊이 성찰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을 화합을 위한 소통의 시작으로 전환하는 일이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그의 죽음을 정략적, 전략적으로 불사른다면,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그를 보내는 의식이 허무해진다. 책임을 따지자? 자연의 한조각으로 돌아간 노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일이다. 벌써부터 목적이 수상한 요언과 참언이 횡행한다. 귀를 막을 일이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모두가 지금은 조화롭게 말하든지, 아니면 현명하게 침묵할 때이다. 이제 그를 편안하게 놓아주어야 한다.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 무 현. 그의 명복을 빈다.

/윤인수 지역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