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도, 고통도, 마음의 짐도 모두 다 잊고, 편히 가세요. 편히 쉬세요"

 태극기가 감싸안은 대통령의 관이 승화원 8번 화장로로 서서히 들어가는 장면이 대형 스크린으로 방영되는 순간, 수원시 연화장 일대는 탄식이, 울음이 이어졌다. '사랑합니다'를 외치던 시민들, '노무현'을 부르짖던 노사모 회원들, '권 여사님, 힘내세요'를 기원하던 김해 봉하마을 사람들이 하나같이 쏟아낸 흐느낌 속에 대한민국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들과 작별을 고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를 실은 차량행렬은 당초 예정시간보다 무려 3시간이 넘어선 오후 6시10분께야 수원 IC를 거쳐 5㎞ 진입로를 따라 연화장으로 겨우 진입할 수 있었다. 앞서 서울 경복궁 영결식장 앞에서부터 오열하는 시민들 행렬이 끊임없이 밀려들면서 오후 5시50분에야 서울 궁내동 IC를 통과할 수 있었기 때문. 오후 4시30분,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지기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측근들이 연화장으로 속속 합류했지만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늦어진 장례식에도 추모 열기는 연화장이 소재한 하동 일원을 고스란히 뒤덮었다. 이날 오전부터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려 인산인해를 이룬 시민들은 분향소 일원은 물론 좀 더 가까이서 운구라도 보려고 연화장 서쪽 언덕에 올라가 노란 리본을 흔드는가 하면 노란색 종이로 비행기를 만들어 날렸다. 노란색 종이모자에다 노란색 추모리본까지 가히 노란색 물결이었다.

 장순애(58·여·수원시 영통동)씨는 "비통하고 원통하다. 원망하지 말라셨지만 가슴이 찢어질 뿐"이라며 "딴 세상 사람인줄만 알았던 대통령이 나와 같은 보통 사람이란 걸 깨닫게 해 주셨던 분, 이제 정말 딴 세상 사람이 됐다"며 연신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화로의 화염은 70여분간 지속됐다. "아이고", "얼마나 뜨거우실까"라는 울먹임이 장내를 메아리쳤고, 목 놓아 오열하던 한 켠에선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다짐도 나왔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봉녕사 스님들을 중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비는 다비식, 기독교 추도예배 등 4가지 종교단체 장례 절차가 시민들의 엄숙한 참여속에 진행됐다. 고인의 유해는 냉각, 수습을 거쳐 당초 계획에는 없었던 분골 및 포장에 이르기까지 30분간의 절차를 마친 뒤 어린 시절의 추억, 노년의 아쉬움이 깃들어있는 봉하마을로 먼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