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일 (경제부 차장)
[경인일보=]하남 미사를 비롯한 4개 보금자리 시범단지가 지난 7일부터 본격적인 사전예약 청약에 들어갔다. 4개 단지에서 사전예약으로 공급되는 아파트만 1만4천여 가구. 특별공급을 제외한 우선공급과 일반공급 물량만도 8천 가구가 넘어서는 적지 않은 물량이어서 지금 부동산시장의 관심은 온통 보금자리주택에 쏠려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7일 기관추천 및 국가유공자 특별공급 사전예약에만 500명 가까운 대상자들이 신청을 했다.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우선공급과 26일부터 시작되는 일반공급에도 청약자들이 대거 밀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 시세의 50~70% 가격으로 집을 공급하니 사람이 몰려드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는 이처럼 수도권에 보금자리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해 집값을 잡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정부는 당초 2018년까지 수도권에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짓겠다던 계획을 대폭 앞당겨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인 2012년까지 전부 공급하겠다고 한다. 매년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만 8만가구다. 이대로라면 보금자리주택은 앞으로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대세'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같은 보금자리주택을 놓고 많은 전문가들이 걱정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보금자리주택이 또한번 투기 열풍을 몰고올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도 내놓고 있다.

이같은 걱정의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구상대로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그동안 정부가 뜀박질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부동산시장은 결코 녹록하게 정부의 대책에 끌려가지 않았다. 수도권 택지개발을 통한 대규모 공급과 분양가 상한제, 금융규제 등을 통해 집값을 잡으려고 했지만, 집값은 정부를 비웃듯이 계속 상승세를 탔다. 오히려 부동산시장에 타격을 준 것은 정부의 대책보다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보금자리주택이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지난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보금자리주택 투기는 공공의 적"이라는 강도높은 발언까지 꺼내 놓은 것은 이같은 우려감을 방증하는 것이다.

걱정은 그것뿐이 아니다.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보금자리주택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오는 2014년말 금융부채 규모가 15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걱정의 진원에 보금자리주택이 있다. 지을수록 손해가 나는 장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지송 사장이 출범도 하기 전에 "잠이 안온다"고 털어놓은 이유를 알 만하다.

보금자리주택은 또 서울 인근에만 주택을 집중시켜 가뜩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 중심의 국토정책에 더 무게를 실어 놓았다. 경기도에 대부분의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하는데도, 경기도와는 제대로 협의도 하지 않고 계획을 발표할만큼 정부는 일방적이다.

이처럼 보금자리주택은 걱정 덩어리다. '과연 누구를 위한 주택정책인가?'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정부는 지금 당장 한번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듯, 걱정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