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안산에 위치한 경기도미술관. 미술관 로비 상단 벽면에 설치된 대형 벽화 한 점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풍경의 알고리듬(Landscapic Algorithm)'이라 이름 붙여진 이 작품은 뉴욕에 기반을 둔 재미작가 이상남(57)씨가 제작한 것으로 가로 46m, 세로 5.5m에 달하며 흰 배경 위에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흑색의 기하학적 형상들로 가득 차 있다.
이는 이상남 작가가 2008년부터 시작해 최근 완성한 연작으로, 언뜻보면 마치 컴퓨터 작업을 통해 생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 위에 자동차용 도료를 수없이 손으로 덧칠해 완성한 작품이다.
"그림의 표면에 매끄러운 빛이 지나가게 만들고 싶었어요. 광선에 스피드를 준다고나 할까. 이런 느낌을 주기위해 재료에 굉장히 신경을 썼고, 작품 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50회 이상을 칠하고 갈아내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이렇게 정교한 공정 과정을 거쳐 탄생한 벽화는 회화와 디자인의 경계를 교란시키는 기하학적 형상들의 반복적 배치를 통해 서구 모더니티의 기하학적 추상미와 함께 순환성, 비결정성 등으로 대표되는 동양적 미학 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다.
그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작품을 완성할 수 없었다고 했다. "예산문제때문에 항상 작품 제작에 고민을 하게 됐죠. 우연히 이런 저를 보고 영화감독 이명세씨가 커피빈코리아의 박상배 대표를 소개시켜줬어요. 박 대표께서 수억원에 이르는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후원해 주셨구요. 김홍희 경기도미술관장님이 제 작품을 구입하기로 하시면서 경기도에 최초로 제 작품이 걸리게 됐네요."

특히 이번 작품은 올해 중학교 미술교과서(교학사)에 실리게 돼 작가에게도 한층 영광을 안겨주었다. "지난 1981년에 미국으로 떠나 지금 껏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지내왔어요. '풍경의 알고리듬'은 제가 지난 30년간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경험한 '타향살이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작품이 한국 미술계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