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최규원기자]성남에 거주하는 회사원 A(43)씨. 그는 로또로 불리던 판교신도시 아파트 당첨 후 3년여간 최첨단 도시에 입주한다는 기쁨에 지내왔다. 그러나 최근 입주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전세가 빠지지 않아 마지막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교 분양을 받은 자영업자 B(36·여)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확대로 가계대출 금액이 예상보다 1억원가량 줄어들면서 중도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수도권 최대 노른자위로 불리는 판교신도시. 입주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최신 기반시설을 갖춘 유비쿼터스 도시를 표방했지만 정작 B씨같은 입주예정자들은 금융 제재 등의 여파로 입주를 하지 못해 암흑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9시께 서판교 부근 아파트 단지들은 높은 청약률과 달리 단지 일부 가구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단지내 입주 가구의 불빛은 마치 어느 한적한 시골의 반딧불이를 보는 것처럼 띄엄띄엄 눈에 들어왔다. 이를 대변하듯 단지내 상가 점포도 부동산 업체만 입점했고 그나마 2~3개 블록마다 하나씩 보이는 치킨집 등 배달전문 업체 정도만 눈에 띌 뿐이다.
이날 기준 판교에서 LH가 분양한 A21-2블록의 경우 26일이 입주마감일이었지만 공공분양 281가구 가운데 52.3%만 입주했고, 공공임대 491가구는 절반도 못 채운 48.1%의 입주율을 기록했다. A17-2블록 국민임대 775가구 역시 현재까지 42.7%의 낮은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택지개발사업지구내 일반 건설업체가 분양한 아파트 단지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 중견업체는 입주율이 80%를 넘지 않을 경우 입주자들의 마지막 잔금을 받지 못해 유동성 자금 압박과 더불어 금융기관 이자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한시적으로 정한 양도세 감면 기일(오는 2월 11일)이 다가오면서 일반 건설사들도 분양 물량을 쏟아내 주택공급은 과잉상태"라며 "그러나 금융제재 조치로 대출받기 어려워진 서민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아 미입주 상황이 계속될 수도 있어 자칫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