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옹진군'과 '백령도'―고상하고도 정겹기 그지없는 지명(地名)이다. 백령도의 '백령(白翎)'은 '하얀 새 깃털'이다. 翎이 '깃털 령'자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이 바로 백령도―황해 연안인 고향 산둥(山東)성 정자에 와룡관(臥龍冠)을 쓴 채 높직이 앉아 살랑살랑 흔들어대던 부채가 백령선(白翎扇)―우선(羽扇)이었고 청나라 관리들이 예모(禮帽) 장식으로 달던 공작의 깃털과 무장의 모자에 꽂던 꿩의 깃털 역시 '깃털 령'자 '영자(翎子)'라고 불렀다. 또한 명궁(名弓)이었던 조선 태조 이성계가 날리던 화살의 깃털을 '깃털 꽃'―'영화(翎花)'라고 했다. 이런 고상―고결한 이름의 백령도엔 그 섬에서 발견, 그 섬에서만 자라는 '백령 풀'―꼭두서니 과의 고운 흑자색 1년생 풀이 자라고 '백령작(雀)' '백령조(鳥)'라 불리는 몽고종다리가 하늘을 난다.

옹진군의 '옹진(甕津)'은 또 '옹기나루'라는 뜻이다. 甕이 '독 옹' '항아리 옹' '물장군 옹'자다. 그러니까 옛날 그 곳엔 독 짓고 옹기 굽던 가마터가 있어 지명이 '옹진'이 된 것이다. 그 옹진 술항아리, 술독에서 부글부글 처음으로 익어 귀빈에게 내놓던 술이 '옹두(甕頭)' 또는 '옹두춘(春)'이었고 그런 술을 과하게 마시는 술꾼을 '옹정(甕精)'이라 불렀다. 애만 쓰고 헛수고만 한다는 '독장수 셈'―'옹산(甕算)'이란 말은 또 얼마나 정겨운가. 어느 옹기장수가 길가에서 옹기를 쓰고 자다가 큰 부자가 되는 꿈을 꾸자 좋아서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독만 깨졌다는 데서 생긴 말이다.

넓이 45㎢의 백령도는 대청도(大靑島)와 소청도가 졸졸 따르는 형국이고 그 오른쪽에선 기린도(島)가 목을 빼고 건너다보는 형상이다. 이 눈물겹도록 고상하고도 정겨운 이름의 백령도가 어쩌다가 남북이 대치하는 민족 비극의 표상이 돼버린 것인가. 구제불능 '백년하청'의 중국 황하(黃河)가 흘러들어 '황해(黃海)'가 된 바다, 심청이 빠졌던 그 빠른 조수의 흙탕물 바다 인당수는 더 이상 슬픈 바다여서는 안 된다. 모차르트의 미완성 레퀴엠도, 어느 장송곡도 아닌 만선(滿船)의 흥겨운 뱃노래만이 뱃전에 넘쳐야 할 섬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