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그리스는 그리스어로 엘라스(Ellas) 또는 헬라스(Hellas),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 그레키아(Grecia), 영어 Greece와 Greek(그리스인)는 라틴어 그레키아(Graecia)에서 왔다. '희랍(希臘)'은 Hellas의 한역(漢譯)이다. Hella가 고대 그리스의 부족 명칭인 Hellen에서 왔다고 해서 자기네를 '헬레네스(Hellenes)'라고 부르는 그리스인의 자존심은 대단하다. Greece와 Greek의 라틴어 어원부터 '고지(高地) 사람' '명예로운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 서양문명의 근원이자 모체, 유럽 문화의 발상지가 그리스다. 대부분의 서양 문자부터 그 70%가 라틴어에서 왔고 라틴어는 또 고대 이오니아 문자→그리스 문자→페니키아 문자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와 소포클레스의 비극 시로 비롯되는 고대 그리스 문학은 서양 문학의 원천이고 탈레스로부터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의 본거지 아테네의 '헬라스 학원' 즉 그리스 철학은 서양 철학의 근원이다. 폴리스(Polis)라는 독특한 도시국가와 아크로폴리스 언덕(광장)은 직접민주주의 효시의 상징이고 플라톤의 '국가론(Politeia)'에 근거한 고대 그리스 정치는 바로 오늘날 정치의 원본이다. 서양 건축과 미술도 파르테논신전과 올림피아 제우스신전을 빼놓고 논할 수 없고 그리스 연극과 음악, 수학도 예외가 아니다. '아테네' 명칭도 그리스신화에서 왔듯이 신화 하면 또 그리스신화다.

그리스인이라면 당연히 사려 깊어야 하고 EU 자존심의 정점(頂点)에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아니었다. 재정파탄을 초래, 모라토리엄(지불유예)―부도사태에 빠진 국가가 곤경 탈출의 궁여지책으로 증세와 사회보장비 등을 삭감하려 하자 극렬 반대, 전 공무원노조와 민간기업노조가 지난 2월 총파업을 했고 공항, 철도 등 전 교통을 마비시켰다. 속수무책, 침몰 위기의 그리스에 7천500억유로(약 1조달러)를 퍼부어 구제키로 한 이유를 그들은 알기나 하는 것인가. 'EU 커넥션'이 버겁고 전 세계 경제 파장이 두렵기 때문이다. 정신 차려야 할 '자존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