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지류 경안천 일대 수질 개선을 위해 지난 4월 준공된 경기도 광주시 정지리에 조성된 습지 생태공원.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 계획에 따라 조성된 팔당 인근의 이 공원에는 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환경이 조성되고 주변 생태를 탐방할 수 있는 관찰대와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연합뉴스

[경인일보=사정원·이호승기자]정부가 추진중인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바닥 준설'이다. 오랜 기간 강바닥에 쌓인 막대한 양의 퇴적토는 인체에 비유하자면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과 마찬가지인 만큼 강바닥을 준설해 퇴적물을 걷어낸다면 매년 홍수와 가뭄으로 시달리는 하천과 하천 주변 환경을 살릴 수 있다는 게 정부측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 1982~86년 시행된 제2차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하천 개발 사업의 성공 사례로 들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측은 1987~2007년 어류가 42종에서 71종으로 늘어나고, 조류 역시 39종에서 98종으로 늘어났다는 환경부 조사자료를 근거로 "초기의 우려와 달리 개발 이후 사라졌던 황복이 돌아오는 등 물고기와 새의 종류가 오히려 늘어나 생태계가 더 풍요로워졌다"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강을 죽인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성공한 하천개발 사업 사례로 볼 수 있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의견도 있다. 불과 35㎞ 구간을 공사하는 데 4년이나 걸린 데다 부영양화 기준인 인의 총 농도가 하류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유는 잠실·신곡 수중보가 물 흐름을 막아 유속이 느려졌으며, 지류 수질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 일본 오사카 도심의 지류인 요도가와는 준설을 통한 통수단면적 증대로 '치수'에 성공했다.

낙동강의 수질 악화도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이 자주 거론하는 사례 중 하나다. 낙동강 하구에서 상류인 삼랑진이나 물금으로 갈수록 수질이 오히려 나빠진다는 지적이다.

천주교 보수원로인 정의채 몬시뇰(85)도 지난 5월 평화방송에 보낸 특별기고에서 "1950년대 세계를 경탄케 했던 라인강의 경제 기적도 그 후 얼마 안 가 라인강 오염과 자연파괴의 큰 논쟁에 휘말렸다"며 "지금은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살려내기 위해 독일을 위시해 스위스, 영국 등에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보다는 인간의 근검절약으로 복원된 자연을 향유하는 시대에 인류문화가 진입했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시 퇴촌면 정지리 일원에 조성된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은 하천 개발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12만9천㎡에 달하는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은 경안천 주변에 수제, 징검다리, 횃대, 돌쌈지, 실개천 등을 조성했으며 하천의 자정능력을 높이기 위해 여울, 자갈접촉 산화지, 수질정화 습지, 식물재 수질정화지 등을 조성했다.

용인시 구성읍에서 발원해 성남을 지나 한강으로 흘러가는 분당 탄천도 하천 개발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총 길이 35.62㎞ 중 15.85㎞가 성남시를 관통하고 있으며, 성남시 관내 탄천 지류천으로는 용인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동막천, 율동공원과 중앙공원을 관류하는 분당천, 판교택지개발지구를 흐르는 운중천, 금토천, 야탑천, 여수천, 상적천 등이 있다.

탄천은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성내천에 버려지는 지하철 용출수와 한강물을 활용, 1년 내내 풍부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자정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식생매트공법을 적용, 수질정화 기능이 강한 수생식물을 식재해 하천의 자정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어도, 여울, 비오톱을 조성해 자연성 회복에 중점을 뒀다.

조금 멀리 내다보면 일본 오사카(大阪)의 요도가와(淀川) 강도 하천개발의 성공사례로 들 수 있다.

요도가와 강은 도쿠가와(德川) 막부(幕府) 시대부터 수백년간 물자 수송로이자 오사카와 교토(京東)를 잇는 교통의 대동맥 구실을 했지만 수질이 악화되면서 1970년에는 악취가 나는 죽은 강으로 전락했다. 이듬해 강을 살리고자 친환경 하천복원 사업을 실시한 결과, 수질이 개선돼 지금은 오사카 시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수변환경을 지니게 됐다.

요도가와 강은 준설을 통한 통수단면적(흐르는 물을 직각 방향으로 자른 횡단면적) 증대로 치수에 성공한 예다. 요도가와 지류는 일본 최대의 담수호인 비와(琵琶) 호(湖)의 배수로에서 발원해 교토분지와 오사카 평야를 지나 오사카만으로 흐르는 연장 75㎞의 강이다.

더 멀리 눈을 돌리면 네덜란드의 쿠겐호프 강도 있다. 1993, 1995년 발생한 홍수는 라인강변과 인근지역 주민 20만명 이상의 삶터를 삼켜버렸다. 이 같은 홍수가 매년 발생하면서 쌓이는 토사는 수해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매년 발생하는 홍수로부터 자산·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는 'Room for the River'라는 정책을 제안했다. 제방을 계속 높이고 보강하는 종래의 방법에서 벗어나 홍수를 수용할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는 게 이 정책의 골자였다.

이 사업의 특징은 홍수터가 더 많은 홍수량을 감당토록 한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를 위해 하천주변의 저지대 주민을 높은 지대로 이주시키는 한편 경작 가능한 토지를 산림, 습지, 초지로 바꿨다. 또 홍수터에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자 퇴적토를 제거하고 깊은 도랑을 만들었다.

이 사업이 2015년에 마무리되면 라인강 지류는 초당 1만6천㎥의 홍수량에 대처할 수 있으며, 하천 주변환경도 질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네덜란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