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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김영준기자]인천으로 옮긴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의 5번째 무대 2010 인천 공연이 지난 8일 저녁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서곡과 협주곡 없이 19세기 위대한 교향곡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과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선보인 이날 연주회에서 APO는 매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명훈의 지휘봉이 움직이자 밝고 전원 풍경을 연상시키는 '전원 교향곡' 1악장의 1주제가 바이올린을 통해 제시됐다. 지휘자의 의도대로 악기간 밸런스가 완벽한 가운데 성부들이 생생하게 전해져 범상치 않은 연주란걸 예상케 했다. 2악장 정명훈은 템포를 여유롭게 설정해 유장한 현의 울림을 강조했다. 각각 꾀꼬리와 메추리, 뻐꾸기를 표현한 윤혜리(플루트·테레니페 심포니), 사이 카이(오보에·남덴마크 오케스트라), 치유 모(클라리넷·런던 심포니)는 적절한 색채 가미로 작품을 돋보이게 했다.
오스트리아의 춤곡을 기본으로 한 3악장을 지나 4악장 '폭풍우' 도입부 더블 베이스 주자들의 정확한 운지는 작품을 더욱 탄탄하게 주조해 주었다. 팀파니의 타이밍도 적절했다. 제1바이올린에 의해 5악장 '폭풍우 뒤의 감사의 노래' 1주제가 연주됐다. 정명훈은 프레이즈를 넓게 보며 한 음 한 음 새겨나갔다. 그로 인해 작품의 형태는 물론 숨은 아름다움까지 부각시켰다. 전체적으로 봤을때 마지막 악장을 이끄는 호른을 비롯해 금관 파트가 다소 아쉬웠지만 감상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첼로와 더블베이스의 탄탄한 저현을 바탕으로 한 진중한 APO의 사운드는 인터미션 후 펼쳐진 브람스 만년의 작품에서도 계속됐다. 1악장에서 정명훈과 APO는 세련되면서도 활력있게 3도 음정의 제1주제를 세공했다. '가을의' '중후한'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이 작품의 외형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정명훈과 APO는 나름의 설득력으로 위풍당당한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을 선보였다. 2악장 안단테 악장도 느리지 않은 템포로 거침없이 펼쳐나갔다. 미세한 선율의 흐름과 음의 울림을 통해 가슴저린 회한을 표출해 내는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스케르초 풍의 3악장을 지나 4악장. 마지막 악장은 바흐의 칸타타 '주여, 당신을 갈망하나이다'로 부터 빌려온 8마디의 베이스 주제에 의한 변주곡으로 32개의 변주곡으로 이뤄졌다.
지휘자는 확실한 강약 템포의 설정과 변화를 통해 작품을 아기자기하게 주조하고 있었다. 여기에 맞물려 APO의 목관군의 아름다운 음색과 금관군의 힘이 더해져 작품을 확고히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