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의 수많은 가로수는 물론 공원과 등산로에서 위용을 뽐내던 아름드리 나무도 무참히 짓밟혔다. 족히 수십년도 더 넘게 그 자리를 지켰을 법한 고목들이 뿌리를 드러낸채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을 보자니 안타까울 뿐이다. 뿌리를 돌 틈 사이에 잘못 내리는 바람에 강풍에 쓰러진 어린 나무도 쉽게 눈에 띄고 있다. 바람결을 따라 누우면서 목숨을 보전해 휘어진 나무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자못 걱정스럽다.
천재지변이 몰고온 상흔에 대해 누굴 붙잡고 하소연 하겠는가? 하나 태풍이 지나간지 1주일이 넘도록 뿌리를 드러낸 채 쓰러져 있는 나무들을 지켜보자니 '이건 아닌데' 하고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다. 태풍에 맞서다 쓰러진 뒤 예리한 톱날에 난도질을 당한 고목들의 잔해가 도심 곳곳에 널려있다. 밑동만 남겨둔 채 토막쳐진 고목이 있던 자리는 훤한 공터나 다를바 없다. 예리한 톱날을 맞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나무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쓰러진 나무에 꼭 톱질을 해야만 할까? 앞으로도 태풍은 수없이 한반도로 몰려올 것이고, 곤파스보다 더 큰 위력으로 지금보다 더한 아수라장을 만들어 놓을 것이다. 그 때마다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또 아름드리 고목들이 수난을 겪을 것인가 하는데 생각이 미치니 조금은 답답함이 몰려온다.
인천은 전국 최저 수준의 녹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임 안상수 시장 시절 300만그루 나무심기 등 다양한 녹화정책을 펼쳤다. 계양산으로 대변되는 골프장 조성 붐이 인천에서 활발했던 명목상 이유 중에 하나도 '골프장은 녹지공간'이라는 안 전 시장의 마인드 때문이었다. 담장허물기를 비롯해 지금도 다양한 녹지정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천시민에게 나무 한 그루는 녹지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다른 지역에 비해 그만큼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일으켜 세워 놓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을 곳곳에서 목격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에서도 인부들이 트럭을 동원해 쓰러진 나무에 줄을 매달아 일으켜 세운 뒤 지지대로 고정시키는 작업을 지켜봤다. 뿌리를 드러내고 쓰러졌던 나무들이 앞으로 생명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모두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예전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쓰러진 나무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방안을 찾아봤으면 한다. 수십년 이상된 고목을 그냥 잘라버리기에는 그동안 들인 비용과 노력이 너무 아깝다. 쓰러진 고목을 일으켜 세우는데 따른 장비나 인력 등 현실적인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방법을 찾는다면 결코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의지와 관심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