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조영달·이경진기자]경기지역에서 최근 10여년간 석면 노출로 인한 '악성 중피종'(Malignant mesothelioma) 사망자가 80여명에 이르는 등 석면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내에서 급격히 늘고 있는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의 건축물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석면의 폐기물 처리 시스템 개선도 시급하다.

5일 환경부와 도 등에 따르면 지난 97년부터 2008년까지 11년동안 도내에서 악성 중피종으로 사망한 인원은 81명에 이른다.

이는 서울 101명(23.7%)에 이어 광역자치단체 가운데서는 두번째 많은 것으로, 같은 기간 전국 악성중피종 사망자(427명) 10명 가운데 2명(19.0%)이 도내에서 사망한 것이다.

악성중피종은 폐와 위장관 등을 둘러싼 막인 중피에 생기는 암으로, 주로 석면에 노출돼 발병한다. 진단 뒤 평균 생존 기간이 1년인 치명적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악성중피종 발생은 주로 석면광산이나 석면제품 제조시설 등의 밀집지역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재건축, 재개발 등 철거 과정에서 석면 노출로 인해 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도내 집중된 것을 감안하면 향후 석면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뚜렷한 예방책이나 대안 등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석면의 경우 인체에 유입되더라도 잠복기가 10~40년에 달해 발생 지역은 물론 원인조차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예산과 인식 부족 등의 이유로 관련 연구가 늦어지는 것도 해결 방안을 찾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발생 원인과 실태 등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향후 연구용역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 역시 "사망자가 많다고 해서 발생 위험률이 높은 것은 아니며 심각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다"며 "재건축, 재개발 등이 원인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는 상태며, 현재로서는 관련 데이터나 연구자료들이 부족해 진상을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