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홍콩은 상반된 두 얼굴을 보였다. 10일 밤 홍콩 중심가의 대형 화면으로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본 300여명의 민주화 단체가 시위를 벌인 반면 홍콩 신문 명보(明報)는 중국의 '공자화평장(孔子和平獎:쿵쯔허핑쟝)'→'공자평화상' 급조가 이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대교육자, 대사상가인 공자도 한때 정치적인 핍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긴 중국 5·4 신문화운동때 사상가 우위(吳虞)는 중국을 망친 주범으로 공자를 꼽았고 비림비공(批林批孔) 때인 1973년 마오쩌뚱(毛澤東)은 '나는 진시황을 찬성하되 공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공자가 중국의 개혁 개방후 다시금 대교육가 대사상가로 복권된 것이다. 하지만 AP통신은 중국을 압박했다. '나치스 독일의 언론자유를 외치고 옥중 평화운동을 벌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도 독일의 군비 재무장 폭로 공로로 1935년 노벨평화상을 받지 않았던가. 공자평화상이라니?'
1990년 창설, 2년마다 시상해 온 상금 20만달러의 서울평화상 역시 이 참에 그만 접는 게 어떨까. 88 올림픽 성공의 흥분기가 채 가시지 않은 때에 급조한 서울평화상은 한반도 남측이라는 지정학적 처지와 전혀 맞지 않을 뿐더러 특히 요즘의 남북간 긴장 상태에선 더욱 그렇다. 주제 파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