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대국'도 아니고 중간치 '중국'도 아닌 소국같은 처사다. '중국 사법권 침해' '뻔한 정치극' 등 노벨상 폄훼와 함께 먹통 TV 등 재갈 물린 언론 처사도 그렇지만 느닷없이 '공자평화상'을 급조, 노벨상 시상식과 같은 날 시상한 건 유출유괴(愈出愈怪)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중국과 타이완 양안(兩岸) 관계 개선에 이바지한 공로로 상을 준다는데도 수상자인 타이완 전 부총통 롄잔(連戰)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라 시상식에 참석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아이러니컬하게도 '연속 싸움'-'연전(連戰)'이라는 이름의 인물에게 '평화상'을 준 점이다. 그런 타이완의 마잉쥬(馬英九) 총통은 또 같은 10일 타이베이(台北)에서 거행된 '아시아민주인권상' 시상식에서 중국의 류샤오뽀(劉曉派)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런데 홍콩은 상반된 두 얼굴을 보였다. 10일 밤 홍콩 중심가의 대형 화면으로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본 300여명의 민주화 단체가 시위를 벌인 반면 홍콩 신문 명보(明報)는 중국의 '공자화평장(孔子和平獎:쿵쯔허핑쟝)'→'공자평화상' 급조가 이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대교육자, 대사상가인 공자도 한때 정치적인 핍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긴 중국 5·4 신문화운동때 사상가 우위(吳虞)는 중국을 망친 주범으로 공자를 꼽았고 비림비공(批林批孔) 때인 1973년 마오쩌뚱(毛澤東)은 '나는 진시황을 찬성하되 공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공자가 중국의 개혁 개방후 다시금 대교육가 대사상가로 복권된 것이다. 하지만 AP통신은 중국을 압박했다. '나치스 독일의 언론자유를 외치고 옥중 평화운동을 벌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도 독일의 군비 재무장 폭로 공로로 1935년 노벨평화상을 받지 않았던가. 공자평화상이라니?'

1990년 창설, 2년마다 시상해 온 상금 20만달러의 서울평화상 역시 이 참에 그만 접는 게 어떨까. 88 올림픽 성공의 흥분기가 채 가시지 않은 때에 급조한 서울평화상은 한반도 남측이라는 지정학적 처지와 전혀 맞지 않을 뿐더러 특히 요즘의 남북간 긴장 상태에선 더욱 그렇다. 주제 파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