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종호·정진오기자]죽산 조봉암 선생이 후보로 나섰던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관권 부정선거'가 심각했다는 간접 증언이 처음으로 나왔다.

강화문화원 이사를 지낸 조석묵(90) 할아버지는 26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3대 대통령 선거 개표는 강화군청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죽산의 득표용지를 없애고 대신 이승만 대통령의 표를 새로 만드는 선거부정이 저질러졌다고 밝혔다.

┃관련 인터뷰 3면

조 할아버지는 "강화군청의 비밀장소에서 공무원 1명이 밤을 새서 '이승만 대통령란'에 기표하는 방식으로 2만 표를 바꿔치기 했다"고 했다. 조 할아버지는 밤샘 표 바꿔치기를 했던 공무원으로부터 그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공무원은 퇴직한 뒤 강화문화원장을 지낸 ○○○씨라고 했다.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강화지역 총 유권자는 4만7천968명이었으며, 투표자는 4만5천212명이었다. 94.3%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이다.

이 때 조봉암 후보는 9천40표를 얻었고, 이승만 후보는 2만9천992표를 얻었다. 무효표는 6천180표였다.

조 할아버지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이승만 대통령은 1만표도 얻지 못했다는 것이 된다.

정창화(79) '죽산 조봉암 선생 기념사업회' 고문은 "죽산 선생이 앞도적으로 득표한 것을 눈으로 확인한 군청 고위 간부들이 자신들의 '목'이 날아갈 것을 우려해 조직적으로 '이승만 표'를 새로 만드는 부정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강화에서는 '고향 사람' 죽산에 대한 지지가 일방적으로 높았고, 이 때문에 투표율도 덩달아 높았던 것으로 볼때 '2만표를 바꿨다'는 증언에 무게가 실린다.

제3대 대통령 선거는 전국적으로 극심한 투·개표 부정이 있었으며, 당시 정치권에서는 '죽산이 득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졌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